‘도시철도’가 아닌 ‘시민교통’이 필요하다
도시철도 2호선 논란이 뜨겁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은 여지없이 노선이다. 도시철도가 과연 필요한지 또는 적절한 방법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오로지 ‘내 동네에 도시철도가 와야한다’는 주장뿐이다.
대전시는 현재 발표한 노선이 원활한 교통수요의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수요의 측면에서 보면 어느 지역을 지나가든지 사실 크게 차이가 없다. 또 장기간에 걸쳐 있는 건설 기간을 고려한다면 현재 시점에서 측정하는 수요관리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오히려 도시철도의 노선에 따라서 수요가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에 대전시의 주장은 얼마든지 논박당할 수 있고 소외론을 주장하는 대덕구의 주장이 옳은 측면도 있다. 이렇게 현재의 대전시 규모에서는 노선이 어디를 지나든 수요의 많고 적음을 따져서 설득력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없다. 왜냐하면 도시철도 2호선이 필요한 만큼 대전시 자체가 수요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도시철도를 계획하고 있는 전문가나 관계 공무원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래서 2호선은 1호선과 같은 지하철도 아니고 지상의 고가로 설치된 경전철이다. 거기에 자기부상열차를 시험하고 싶어 하는 국토부의 욕구를 자극하여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겠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하고 있는 형편이니 도시철도 2호선 계획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동네 노선’의 주장이 끊이질 않고, 심지어는 현재 노선이라면 국토부 승인을 막겠다는 행동(대덕구청장)까지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도시발전이 도로와 철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철도와 도로에서 배제되면 곧 발전계획에서도 배제되기 때문에 도시철도 노선에 편입되지 않는다면 아예 없는 것이 낫다는 게 대덕구청장의 생각일 것이다. 여기에 왜 도시철도가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혀 없다.
이쯤 되면 누가 보더라도 도시철도는 시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도시 성장계획의 일부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동네에 도시철도가 들어오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시철도를 보기 때문에 절대로 버스로는 대체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무리한 도시계획은 꼭 탈이 나게 되어 있다. 대전시가 202곳의 재개발 지역을 선정했다가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지금은 도시철도를 건설하기 보다는 시민의 교통편의를 해결한다는 관점에서 합리적인 교통수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여러 차례 그 대안이 제시된 바가 있다. 바로 중앙차로제를 중심에 두는 버스급행체계(BRT)가 그것이다. 도로 위의 지하철이라고도 불리는 BRT를 통해 정시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주요 환승터미널을 개설하여 이용편의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극대화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도로 위에 무지막지한 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철도가 지나가는 숨 막히는 장면보다는 시원하게 버스가 일직선으로 달리는 모습이 도시경관에도 훨씬 좋을 것이다.
도시를 ‘건설’하고 ‘성장’시키겠다는 발상만 버리면 좀 더 살기 좋은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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