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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37호) 8월은 평화의 달

8월은 평화의 달

8월이다. 8월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달이다. 36년간의 기나긴 일제강점기를 끝낸 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함으로써 얻어진 결과이고, 그 때문에 우리는 해방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그것은 분단으로 이어졌고, 또 전쟁과 끝나지 않는 대립과 불안정을 낳았다.

해방이 된 것도 8월이고, 남한이 단독으로 정부를 수립한 것도 8월이다. 하지만 8월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달이고, 일본에게는 패전의 달이기도 하다. 또, 3년간의 한국전쟁이 실질적으로 끝난 달이기도 하다. 이처럼 8월은 희망과 아픔과 새로운 시작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달이다.

전 세계가 기억해야할 제2차 세계대전과 우리 마음속에 영원한 상처로 남아있는 한국전쟁이 마무리된 8월, 우리는 이런 8월을 맞아 가슴에 평화를 새겨야한다. 다시는 이런 끔찍한 전쟁이 없어야 되며 또, 현재까지 계속되는 전쟁준비로 인한 민중의 고통을 지우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한 간의 평화협정 체결은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먼저 한반도의 정전체제로 인한 군사적 불안감을 종식시킨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이승만의 북진통일 주장 때문에 남한은 참여조차 하지 않은 정전협정이 58년간 계속되면서 전쟁이 실제로 끝났는데도 불안감은 계속 남아있고, 그로 인한 군사적 긴장감은 상호간의 군비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남북한의 민중들이 떠안고 있다. 따라서 평화협정 체결은 남북한의 상호 군축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한 발 전진시키면서 군사비로 인한 민중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또, 세계적으로 보면 상호불가침과 평화약속만을 담은 평화협정은 그 자체로 큰 의의가 있다. 보통 전쟁이후의 강화조약이나 평화조약 또는 협정은 승전국에 대한 전쟁배상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명칭은 평화조약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전쟁승리에 따른 전리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배상이나 책임을 묻지 않는 말 그대로 평화에 대한 약속만을 담은 협정이 체결된다면 그 평화협정 자체가 노벨평화상 감이다. 강대국으로서는 절대 달가울 리 만무한 이런 평화협정의 전례는 세계적으로 큰 귀감이 될 것이고, 여러 분쟁지역에 하나의 모델로 등장할 수 있다.

자, 8월을 맞아 평화를 준비하자. 평화는 무기를 버리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상호간의 군비경쟁을 중단하고 군대를 축소해가면서 그것이 민중의 이익으로 대체될 수 있는 다른 수단에 투자될 수 있도록 평화를 준비하자. 그것이 우리에게 8월의 의미가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