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기억해야할 때
당대회만 끝나면 마치 모든 것이 정해질 것 같았지만, 진보신당은 더욱 더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통합안이 부결되자 조승수 대표는 사퇴하면서 노회찬, 심상정까지 세 분의 전대표가 통합연대라는 기구를 구성하여 ‘진보신당에서 통합안이 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대통합의 과제를 계속 수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권한대행을 맡은 김은주 부대표는 유래없는 중앙당 실장 모두 사표처리라는 무리를 하였고, 통합연대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김은주 부대표의 이런 독단은 소위 독자파에게도 동의를 얻지 못하여 그들에 의해 퇴진요구를 받아야했습니다. 그렇게 비대위를 구성하기 위한 전국위원회가 열렸고, 회의에서는 의장인 김은주 부대표가 의장석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이 보다 더 나쁠 수 없다’입니다.
내외의 강한 통합압력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의 대의원들은 ‘독자’를 고수했습니다. 그런데 하나 기억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왜 진보신당이라는 조직을 지켜야하는가입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진보신당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활동해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보정당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갖가지 파행들로 진보신당이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그 질문을 던져보지 않는다면 진보신당 독자노선은 공허할 따름입니다.
진보신당의 창당정신은 진보의 재구성입니다.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었던 그동안의 진보정당운동을 반성하고 전혀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가 있었고, 그것을 위해 진보신당이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항상 우리는 언젠가는 없어질 정당으로 우리를 사고했습니다. 창당 초기부터 제2창당 운동 등 다양한 실험에 우리를 맡겼습니다. 말하자면 우리의 활동은 진보신당이라는 껍질을 누가 더 잘 깨나 겨루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진출을 달성하고, 지방선거를 거쳐 소수지만 의석을 획득하면서 진보신당은 조직으로서 견고해져 갔습니다. 그러면서 밖에서 주어진 진보대통합이라는 명제를 접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안 하지는 않겠지만, 조건이 이러이러하다’는 등의 소극적이면서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가 진보신당을 창당하고 진보의 재구성을 이야기했던 것은 그 때까지의 진보정당이 제대로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에 별로 기여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안으로 곪아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언제나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이며 그것을 위해 진보를 재구성해야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들이 이런 초심에 걸 맞는 것인지 물어야할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독자와 통합이라는 프레임이 잘못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진보가 탈골환태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입니다. 얼어죽을 확률과 말라죽을 확률을 따지는 구태의연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정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했던가를 생각하고 그대로 실천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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