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파괴하는 공룡, 유통기업
대형마트가 등장하고부터 사람들은 대형마트의 세련됨에 현혹되었다. 가격을 낮추겠다는 그들의 광고가 뻔 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그래도 속아주면서 대형마트의 카트를 민다. 왜? 멋있으니까. 그리고 편하니까.
하지만 요즘은 대형마트보다 더 편한 것이 있다. 바로 인터넷쇼핑. 집에서 웹서핑을 하면서 고르는 재미와 편리는 대형마트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다. 규모를 키우면 동선이 길어지고, 동선을 줄이면 규모가 작아지는 모순을 오프라인 매장이 극복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인터넷쇼핑은 이 둘을 모두 갖추었다. 그래서 대형마트는 최근 문화컨텐츠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물건은 인터넷으로 사고, 모임과 오락은 대형마트에서 즐기는 사람들의 삶에 또 하나 끼어든 것이 기업형 슈퍼(SSM)이다. 이제 느닷없이 출출해서, 혹은 입이 심심해서 먹는 라면 한봉지, 음료수 한 캔까지 대형유통기업들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그러는 동안 우리 삶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건 단지 동네 소상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제의 문제이다. 대형마트만 보면 지역 내 매출액이 2001년 3,900억원에서 2008년 1조 79억원으로 세배에 달하는 성장을 했다. 같은 기간 지역내 총생산은 73% 증가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 매출까지 합한다면 대형유통기업이 지역내에서 가져가는 매출은 상당할 것이다.
지역내총생산의 증가가 한계가 있는 만큼 대형유통기업의 매출액 증가는 소상인들의 매출감소를 의미한다. 실제로 2007년에 대형마트가 지역내 소매업 매출 총액의 56%를 차지하여 비율이 역전되었다. 그리고 점점 더 대형유통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소상인들은 수입이 감소하다가 결국 폐업을 해야 한다.
지역에 유력한 상권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건재한 것처럼 보이는 으능정이거리와 중앙시장의 건너편 블록에 한번 가보시라. 완전히 폐허가 되어 도심의 흉물로 남아있고, 이제 어느 곳을 가더라도 빈 점포와 사무실이 즐비하게 널려있다. 지역의 경제가 대형유통기업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동안 우리 삶의 터전은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동네를 이용해야한다. 황량한 동네가 되는 것을 막는 길일뿐더러 좀 더 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우리 혹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더 이상 동네의 일자리를 우리 손으로 없애지 말아야한다. 모두가 마트 종업원이 될 수도 없을뿐더러 된다 하여도 저임금 불안정노동에 시달려야할 뿐이다.
'시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39호) 초심을 기억해야할 때 (0) | 2011.10.26 |
---|---|
(38호) 우리에게는 '안보재판소'가 있다. (0) | 2011.10.26 |
(37호) 8월은 평화의 달 (0) | 2011.08.09 |
(36호) ‘도시철도’가 아닌 ‘시민교통’이 필요하다 (0) | 2011.07.15 |
(35호) 최저임금,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최고임금 (0) | 2011.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