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대표, “희망은 희망이 부른다”
쉽지 않았던 선거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면서 일었던 갈등 때문에 대표선거가 경선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돌았다. 실제로 강상구 부대표는 공개적으로 홍세화 대표가 아니었다면 대표선거에 출마했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대표단 선거가 뜨겁게 진행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홍세화 대표가 출마의지를 밝히면서 단독으로 굳어졌다. 부대표선거에서는 애초에 다섯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한명이 추천조건을 채우지 못하여 등록이 무산되었다. 그에 대해서는 대표단 출마를 선언하면서 제대로 된 출마의 변도 내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과 추천조건이 강하다는 비판이 모두 날을 세운 가운데 대표단 선거가 쉽게 가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문제는 대표단 선거가 아닌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먼저 터졌다. 인천시당 위원장 선거의 후보가 여성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후보를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과거의 낙태논쟁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와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낙태비범죄화에 대한 폐기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홍세화 대표를 비롯한 당시 모든 대표단 후보가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 등으로 표현되는 여성주의는 ‘진보신당의 이념적 뿌리 중에 하나’
라고 선언하면서 입장을 밝혔다. 진보정당이 가져야할 당연한 가치를 대표후보가 선언해야하는 기막힌 현실에 많은 당원들이 개탄해했지만, 한편으로는 적당한 시기에 대표단후보가 당원들에게 입장을 밝혀 환영이라는 말도 이어졌다.
문제는 투표율이었다. 단독출마여서 투표율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전과 경남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시도당위원장 선거가 있어서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되었지만 결국 투표율은 갖 50%를 넘기는 수준으로 투표가 마무리되었다.
“절반의 지지로 생각하겠다”
홍세화 신임대표는 취임사에서 당원들이 보내준 오늘의 지지는 ‘절반의 지지’임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지는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진보신당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과 당부가 있다는 표현이다. 무거운 책임을 맡고 있는 대표단이 조만간에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 나머지 절반을 채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홍세화 신임대표는 월가 점령 시위의 한 사람인 나오미 울프의 말을 빌려 “저항은 그 저항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사회를 닮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이 만들고자 하는 미래는 바로 진보신당의 안에서 실현되고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우리부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으로부터 희망을 만들자고 말했다.
총선연대 하겠다. 그러나 FTA폐기가 제1조건
홍세화 신임대표는 한미FTA협정이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총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야권연대가 필요하지만 무조건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분당도 같은 관점에서 살폈다. ‘종북’이나 ‘패권’은 부차적인 문제였고, 근본적으로 공동의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홍세화 대표의 생각이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자본권력을 해체하려는 목적과 자본의 지배를 넘어선 사회를 전망”하려는 공동의 의지를 상실했고, 그 때문에 원내진출을 달성했으면서도 질곡을 겪었다고 밝혔고, 결국 그것이 분당으로 이어져 진보신당이 존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진보신당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제1원칙으로 모든 일에 나설 것이며 총선도 예외는 아니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 현재 우리가 제1조건으로 가시화 할 수 있는 것이 ‘한미FTA 폐기’이며 이것이 총선에서의 연대 제1조건이라고 말했다. 한미FTA를 막기위한 어떤 행동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반대로 이 원칙이 무시되는 연대에는 절대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좌파 정당 건설 연석회의
홍세화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진보좌파 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진보신당이 진보적 가치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라고 하면서 재벌에 맞서고 자본주의를 반대하면서 대안사회를 희망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 시작을 우선 오랜 기간 진보정당의 꿈을 위해 분투해온 사회당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취임 첫 정당예방을 사회당으로 정했을 정도로 사회당과의 연대에 공을 들였다. 사회당도 비슷한 정도의 애정을 보내왔고, 지난 사회당 중앙위원회에는 김종철, 심재옥 부대표가 참석하여 축사를 하기도 했다.
또, 현재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녹색당 창준위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창당을 준비하는 동지들에게 통합을 제안하는 것이 무례한 것임을 알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위해서는 진보신당과 녹색당이 반드시 만나야할 세력이라고 말했다. 의회진출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과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더욱 구체적인 방법으로 만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는 점도 함께 밝혔다.
마지막으로 노동계에도 호소어린 목소리를 보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열망에서 출발한 진보정당운동이 지금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이 바로 나서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장정에 있어 한 알이 밀알이 되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는 말도 함께 남겼다.
홍세화 대표 앞에 놓인 것들
홍세화 대표의 취임으로 진보신당이 다소 안정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홍세화 대표에게 어려운 숙제가 남아있다. 그간의 통합논의에서 남겨진 상처와 반목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이다. 내부의 반목을 두고 새로운 통합을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당직 임명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사무총장으로 김형탁 전 총장이 거론되었으나 통합연대에 가입한 이력 때문에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었음에도 당내가 들끓었다.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문부식 전 당대비평 편집인에 대해서도 여러 말이 돌았다.
결국 사무총장에는 이수현 은평당협위원장이 임명되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헤쳐 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