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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40호) 골목을 파괴하는 공룡, 유통기업 골목을 파괴하는 공룡, 유통기업 대형마트가 등장하고부터 사람들은 대형마트의 세련됨에 현혹되었다. 가격을 낮추겠다는 그들의 광고가 뻔 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그래도 속아주면서 대형마트의 카트를 민다. 왜? 멋있으니까. 그리고 편하니까. 하지만 요즘은 대형마트보다 더 편한 것이 있다. 바로 인터넷쇼핑. 집에서 웹서핑을 하면서 고르는 재미와 편리는 대형마트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다. 규모를 키우면 동선이 길어지고, 동선을 줄이면 규모가 작아지는 모순을 오프라인 매장이 극복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인터넷쇼핑은 이 둘을 모두 갖추었다. 그래서 대형마트는 최근 문화컨텐츠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물건은 인터넷으로 사고, 모임과 오락은 대형마트에서 즐기는 사람들의 삶에 .. 더보기
(39호) 초심을 기억해야할 때 초심을 기억해야할 때 당대회만 끝나면 마치 모든 것이 정해질 것 같았지만, 진보신당은 더욱 더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통합안이 부결되자 조승수 대표는 사퇴하면서 노회찬, 심상정까지 세 분의 전대표가 통합연대라는 기구를 구성하여 ‘진보신당에서 통합안이 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대통합의 과제를 계속 수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권한대행을 맡은 김은주 부대표는 유래없는 중앙당 실장 모두 사표처리라는 무리를 하였고, 통합연대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김은주 부대표의 이런 독단은 소위 독자파에게도 동의를 얻지 못하여 그들에 의해 퇴진요구를 받아야했습니다. 그렇게 비대위를 구성하기 위한 전국위원회가 열렸고, 회의에서는 의장인 김은주 부대표가 의장석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 더보기
(38호) 우리에게는 '안보재판소'가 있다. 우리에게는 ‘안보재판소’가 있다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제기한 병역법에 대한 위헌소송에 대해 7대 2의 결정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7년만의 합헌판결이다. 7년 전인 2004년에도 똑같이 7대 2의 판결로 합헌이 결정된 바 있었다. 그런데 이번 합헌판결의 내용은 7년 전의 그것보다 한참을 후퇴하고 있다. 어떤 인권운동가의 말을 빌리면 ‘외국의 누가 볼까봐 부끄러워서 차마 말을 못할 지경’이다. 7년 전에는 합헌판결을 내리면서도 재판관 5명의 의견으로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취지로 입법부를 향해 정책적으로 해결할 것을 권고하는 주문을 담았다. 그것을 기점으로 국회 내에서 다양한 방식의 입법정책 토론회가 열리는 등 활발하게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더보기
(37호) 8월은 평화의 달 8월은 평화의 달 8월이다. 8월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달이다. 36년간의 기나긴 일제강점기를 끝낸 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함으로써 얻어진 결과이고, 그 때문에 우리는 해방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그것은 분단으로 이어졌고, 또 전쟁과 끝나지 않는 대립과 불안정을 낳았다. 해방이 된 것도 8월이고, 남한이 단독으로 정부를 수립한 것도 8월이다. 하지만 8월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달이고, 일본에게는 패전의 달이기도 하다. 또, 3년간의 한국전쟁이 실질적으로 끝난 달이기도 하다. 이처럼 8월은 희망과 아픔과 새로운 시작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달이다. 전 세계가 기억해야할 제2차 세계대전과 우리 마음속에 영원한 상처로 남아있는 한국전쟁이 마무리된 8.. 더보기
(36호) ‘도시철도’가 아닌 ‘시민교통’이 필요하다 ‘도시철도’가 아닌 ‘시민교통’이 필요하다 도시철도 2호선 논란이 뜨겁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은 여지없이 노선이다. 도시철도가 과연 필요한지 또는 적절한 방법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오로지 ‘내 동네에 도시철도가 와야한다’는 주장뿐이다. 대전시는 현재 발표한 노선이 원활한 교통수요의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수요의 측면에서 보면 어느 지역을 지나가든지 사실 크게 차이가 없다. 또 장기간에 걸쳐 있는 건설 기간을 고려한다면 현재 시점에서 측정하는 수요관리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오히려 도시철도의 노선에 따라서 수요가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에 대전시의 주장은 얼마든지 논박당할 수 있고 소외론을 주장하는 대덕구의 주장이 옳은 측면도 있다. 이렇게 현재의 대전시 .. 더보기
(35호) 최저임금,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최고임금 최저임금,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최고임금 매년 6월 말이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음 해 최저임금액이 결정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4,320원인데,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5,410원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 측은 동결 내지는 3%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 주장하고 있는 5,410원은 도시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 9명씩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그렇다보니 노동계와 사용자 측의 줄다리기 속에서 공익위원이 절충 혹은 한쪽 편을 들면서 결정되곤 한다. 그래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시기가 되면 이를 둘러싼 투쟁이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어떤 수준이어야 적정한지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보다는 노-사 간의 힘겨.. 더보기
(34호) 장애인수용시설, 없어져라! 장애인수용시설, 없어져라! 얼마 전, 대전의 모 장애인수용시설(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생활시설)에서 2명의 장애인이 시설을 퇴소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전의 장애인수용시설을 조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작년에도 2명의 중증장애인이 힘겹게 퇴소를 감행한 바 있다. 대전장차련 등의 요구로 대전발전연구원에서 ‘탈시설 욕구조사’가 진행중이다. 결과를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다른 지역의 예를 보면 절반 이상의 시설장애인들이 퇴소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시설 욕구조사’의 배경이 된 작년 민간조사 과정에서도 많은 수의 장애인들이 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왔고, 그 뒤로 퇴소를 준비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많다. 그러나 탈시설을 결심한다고 해도 나와서 살 수 있는 대책이 현재로서는 없다. 그래서 서울, 대구 등 .. 더보기
(33호) 사람을 철거하는 세상 사람을 철거하는 세상 지난 9일, 동구 구도동의 주민들이 시장님을 만나고 싶다며 시청을 찾았다. 그러나 시장실이 있는 10층은 엘리베이터가 아예 서지 않았다. 계단으로 가고자 해도 10층의 철문은 굳게 닫혀져 주민들은 로비에서 시장님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대전에서 몇 안 되는 농민들이다. 대전시에서도 특산물로 자랑하고 있는 산내포도를 수확하는 사람들이다. 왜 이들이 시장을 만나러 왔을까. 도시에서 농사짓다보니 애로점이 있어서? 아니다. 이들이 시청을 찾은 이유는 엉뚱하게도 살던 집이 철거되기 때문이다. 남대전IC 인근인 이 지역에 대전시는 남대전물류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 개발사업으로 주민들은 대대로 살던 터전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모자라 대전시는 이주지가 마련되기도 전에 철거부터.. 더보기
(32호) 어쩌면 그토록 똑같은지 어쩌면 그토록 똑같은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영문 약자로 KISTI라고 쓰는 이곳에 천막이 하나 있다. 부당해고에 항의하며 복직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천막이다. 한 달째 천막에서 농성을 하고 있지만 KISTI는 요지부동이다. 어느 날, 출입구 앞에서 선전전을 마치고 유성당협과 KISTI 비정규직분회 조합원들이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몇몇의 유성당원들은 선전전을 하고 있는 곳에서 함께 피켓을 들기로 하고 먼저 모였다. 다들 조합원들이 만들어놓은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조금 늦게 도착한 유성당협 위원장이 손에 피켓 세장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어느 틈에 피켓을 만들었지? 라고 생각할 즈음 다시 보니 얼마 전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해고 투쟁에 쓰던 피켓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지금 KISTI 투.. 더보기
(31호) 꼬장부리는 교육감 꼬짱부리는 교육감 무상급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대전시와 교육청의 꼴이 가관이다. 여기에 오락가락하는 시의회까지 가세하여 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염홍철 시장과 김신호 교육감은 지난 선거에서 무엇보다도 연륜과 경험에 있어 단연 앞서있다고 자랑했는데, 요즘 들어 시민들은 두 기관장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거기에 5선 시의원이라는 이상태 시의장도 부끄러움을 더 해 주고 있다. 시장은 무상급식 예산과 계획을 내 놓는데, 교육감이 반대하고 있다. 시의회는 이를 두고 시장이 내놓은 예산을 삭감하더니 본뜻은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며 교육감을 비난하고 있다. 이런 무개념 논란의 최종판은 역시 교육감이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신념’이라고 말을 꺼내더니 그 신념의 내용이라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