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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35호) 최저임금,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최고임금

최저임금,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최고임금

매년 6월 말이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음 해 최저임금액이 결정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4,320원인데,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5,410원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 측은 동결 내지는 3%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 주장하고 있는 5,410원은 도시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 9명씩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그렇다보니 노동계와 사용자 측의 줄다리기 속에서 공익위원이 절충 혹은 한쪽 편을 들면서 결정되곤 한다. 그래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시기가 되면 이를 둘러싼 투쟁이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어떤 수준이어야 적정한지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보다는 노-사 간의 힘겨루기에 따른 결과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여기에 대하여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은 내년 최저임금으로 5,410원을 제안하면서 도시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최저임금의 기준을 삼자고 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줄다리기를 멈추고 합리적인 선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예상했듯이 사용자 측과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임금의 마지노선을 결정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임금을 유일한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생계유지의 최저선을 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밑으로 임금이 정해지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순간 그것이 곧 자신의 임금이 되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이다. 이런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곧 최고임금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매년 6월 말의 줄다리기는 다음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벤트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당수의 청년노동자들은 ‘알바생’이라는 이름으로 최저임금 밑으로 임금을 받고 있다. 수많은 식당, 호프집, PC방, DVD방 등에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소위 ‘알바생’들은 최저임금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소상공인들의 가격경쟁력을 위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익분배가 심하게 불공평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의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는데, 조세개혁과 함께 최저임금의 개선은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방안이다. 상당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자신의 임금으로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저임금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책정하여 이익분배를 더욱 공정하게 강제할 필요가 있다.

한 달 동안 피 말리는 줄다리기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공정한 기준이 적용되어 사회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