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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34호) 장애인수용시설, 없어져라!

장애인수용시설, 없어져라!


얼마 전, 대전의 모 장애인수용시설(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생활시설)에서 2명의 장애인이 시설을 퇴소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전의 장애인수용시설을 조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작년에도 2명의 중증장애인이 힘겹게 퇴소를 감행한 바 있다.

대전장차련 등의 요구로 대전발전연구원에서 ‘탈시설 욕구조사’가 진행중이다. 결과를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다른 지역의 예를 보면 절반 이상의 시설장애인들이 퇴소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시설 욕구조사’의 배경이 된 작년 민간조사 과정에서도 많은 수의 장애인들이 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왔고, 그 뒤로 퇴소를 준비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많다.

그러나 탈시설을 결심한다고 해도 나와서 살 수 있는 대책이 현재로서는 없다. 그래서 서울,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는 체험홈과 자립홈 등을 통해 자립생활을 지원해주고 있다. 그리고 대전장차련도 본격적으로 이와같은 요구를 하고 있고, 올해 일부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그런데 이 자립생활 정책은 특별히 진보적인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인권적인 측면에서는 분명히 진보적이다. 그런데 외국의 사례를 보면 시설을 줄이고, 자립생활로 장애인정책을 전환했던 주체가 거의 보수정부들이다. 예를들면 신자유주의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인 영국의 대처정부는 자립생활정책을 가장 앞장선 정부 중에 하나였다. 이들의 목적은 분명했다. 장애인시설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대전의 경우 800명 가량의 장애인을 수용하기 위해 전체 장애인복지예산의 30%를 쓰고 있다. 활동보조사업이 시행되기 전인 2006년에는 절반을 웃돌았다. 중증장애인의 3%, 전체장애인의 1%에 해당하는 시설을 위해 전체 예산의 30%를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연일 인권문제가 터지고, 비리가 적발되며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들은 인터뷰 때마다 나가고 싶다고 하고 있다. 이런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바로 잡는 일이 특별히 진보적인 화두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의 신자유주의 정부들이 탈시설에 앞장섰던 것이다.

시설장들의 기득권을 보호해주겠다는 비윤리적인 발상이 아니라면 시설정책은 당장에 전환되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같은 예산을 자립생활에 투자해야한다. 그러면 장애인복지정책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