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자기결정능력
최근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대전장차련’)는 한 시설에서 20년 넘게 생활하던 두 명의 중증장애인으로부터 ‘자립생활’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회원단체로 있는 대전장애인부모연대가 대전시청의 주문으로 지역 내 시설 인권 실태 조사를 하고 나서의 일이다.
대전장차련은 두 분을 도와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대전에는 그 두 분이 거주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타 지역의 자립생활센터 등을 알아보았고, 몇 군데를 알아본 결과 인천의 자립홈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나오는 날까지 그 분들은 시설에 이야기를 하지 못했고, 결국 대전장차련의 활동가들이 도착해서야 그 분들은 퇴소하겠다는 말을 꺼낼 수 있었다.
두 분 다 본인의 자유의사를 통해 퇴소할 수 있다. 장애인이라고 특별히 다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으레 그렇듯이 퇴소가 쉽지는 않았고, 심지어는 신분증도 받지 못하고 나오는 해프닝을 겪었다. 그것도 배석한 구청 공무원의 주도로 말이다. 분실과 타인이 도용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젠 그 중 한 분이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퇴소의사가 정말로 자유의사인지 의사진단을 받아오라는 주문이 구청 측으로부터 들어왔다. 당시에 자리를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이 나가고 싶다는 말을 분명히 들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20년 넘게 무연고로 지내왔는데, 퇴소하고 며칠 뒤에 갑자기 외삼촌이라는 사람까지 등장해서 가족의 허락을 구해야한다는 말까지 하는 것이다. 지금 그 분은 시설로 돌아가느니 죽겠다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적장애인이라고 해서 자기결정능력을 의심받아야할 이유는 없다. 복잡한 추론 영역에서의 사고가 비장애인보다 약간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자기의 감정과 신체에 대한 호
불호까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자기감정을 숨기며 복선의 이익을 탐하는 비장애인보다 더 솔직하게 자신의 호불호를 표현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그 분의 표현을 분명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넌 거기가 아니라, 여기가 좋아!”라고 하면서 대신 판단해주는 행위를 하는 순간,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한다. 비록 그가 선의일지라도 말이다.
자유롭게 자기의 의사대로 살 수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좀 더 불편하더라도 그것이 자기의 선택이라면 행복할 수 있다. 반대로 누가 수발을 들어준답시고,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리 들렸다, 저리 들렸다하는 하는 생활은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에 크게 상처 나는 일이다. 장애인 생활시설의 문제는 해당 시설의 부도덕성이나 비리 이전에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고, 때문에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정책은 근본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
'시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9호) 조승수 대표의 북한 도발 규탄 결의안 반대토론 (0) | 2011.01.26 |
---|---|
(28호) 비상대책위원장 인사말 (0) | 2011.01.26 |
(26호) 대전시 비전은 토목? (0) | 2011.01.26 |
(25호) 정체성을 밝히시게 (0) | 2011.01.25 |
(24호) 지방의회, 정말 후지다 (0) | 2011.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