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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여행에세이(김모세)

(15호) 공정여행을 아시나요?

공정여행을 아시나요?



공정여행을 아시나요? 아직 대중화 되지 않아 모르실 수 있습니다. 그럼 공정무역은? 아마도 어디선가 들어보셨을 겁니다. 공정무역은 이미 작은 사회단체를 벗어나 대규모 유통업체의 관심의 대상입니다. 옥션, 11번가, 롯데 같은 대기업 쇼핑몰들은 공정무역 상품을 취급하면서 각종 포털사이트에 링크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중화되었고 거대자본까지 상품성과 시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겠죠. 공정여행은 공정무역과 같은 취지의 여행형태입니다. 공정여행은 여행을 통하여 발생하는 이윤이 다국적 호텔체인이나 거대 관광업자가 아닌 현지의 민중들에게 돌아가며 현지인들과의 연대차원의 교류하면서 평화와 인권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여행이라고 거칠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전에 대중화 되었고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세계평화 단체인 이매진 피스에서 중국 운남성 여행을 시작하여 이번 여름에 몽골지역을 추가하여 두 번째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까 걱정했지만 신청자가 참가정원을 일찌감치 초과해 오히려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첫 성공에 힘입어 이매진 피스 외에 여러 단체에서 본격적으로 공정여행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나 아직 초기단계로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한때의 신드롬으로 끝날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음은 본격적인 공정여행 가이드북인 ‘희망을 여행하라’가 제안하는 공정여행자가 되는 10가지 방법입니다. 이 제안을 통하여 공정여행을 보다 피부에 와 닿게 이해하실 겁니다.

 

1. 지구를 돌보는 여행 - 비행기 이용시간 줄이기, 1회용품 쓰지 않기, 물을 낭비하지 않기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 발생량의 3%이며 높은 고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지상보다 3배나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끼친다. 인도 고아의 특급호텔은 인근 다섯 개 마을과 같은 양의 물을 소비한다.

 

2. 다른 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여행 - 직원에게 적정한 근로조건을 지키는 숙소, 여행사 선택하기

: 주요관광지인 개발도상국의 관광산업종사원들의 대부분은 초과근무수당 의료보험 없이 일하는 비정규직이다. 자신의 몸무게에 육박하거나 초과하는 짐을 지고 히말라야를 오르는 포터들의 하루 일당은 겨우 4~5천원이다.

 

3. 성매매를 하지 않는 여행 - 아동 성매매, 섹스관광, 성매매 골프관광 등 거부하기

: 유엔 추산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성매매 관광으로 학대당하는 어린이는 100만 명을 넘어서며 한국은 명실 공히 동남아 섹스관광의 최대 고객이다.

 

4.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점, 가이드, 교통시설 이용하기

: 세계 관광산업은 매년 10% 이상으로 성장하지만 경제적 이익은 대부분 주요 선진국으로 넘어간다. 실제 현지 민중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1~2% 남짓이다.

 

5.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여행 - 과도한 쇼핑 하지 않기, 공저무역 제품 이용하기, 지나치게 깍지 않기

: 아동노동학대나 노동자를 착취하여 생산된 제품이 아닌 공정무역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6.친구가 되는 여행 - 현지 인사말을 배우고 노래와 춤 배우기, 작은 선물 준비하기

: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사진속의 역사유적이나 자연풍광이 아닌 길을 물었을 때 손짓 발짓으로 열심히 설명해 주던 현지인의 착한 웃음이다.

 

7. 다름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생활방식,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기

: 유럽의 레스토랑에서는 식당의 규칙에 따라 정장을 차려 입은 당신은 태국의 작은 불당에서 반바지에 슬리퍼 차람으로 돌아다니지 않았나.


8. 상대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여행 - 사진을 찍을 땐 허락을 구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는 여행

: 네팔의 티베트 난민촌의 한 사람은 관광객들이 함부로 자신들을 찍고 항의하면 귀국해서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변명하나 아직까지 한 번도 사진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9. 기부하는 여행 - 적선이 아닌 나눔을 준비하자. 여행 경비의 1%는 현지의 단체에

: 거리의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적선하기보다 현지의 믿을만한 사회단체나 구호단체에 여행경비의 1%를 기부하고 마음에 닿으면 정기적인 후원자가 되자.

 

10. 행동하는 여행 -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

: 생각보다 여행자의 목소리는 힘이 세다. 한 해 수십만 수백만 명씩 찾아오는 여행자들이 침묵하지 않고 정의를 요구하고, 불의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면, 돌아올 삶의 자리에서 공정한 일상을 일구어 간다면 그 여행은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어 가는 새로운 길이 되어줄 것이다.

 

어렴풋하게나마 어떤 여행이 공정여행인지 지금까지 나의 여행은 공정했는지 느낌이 오시나요? 사실 공정여행은 그냥 보통여행보다 돈도 더 들고 다리품도 더 팔아야 하고 또 쾌적하거나 안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행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과 깨달음을 준다고 하네요. 어차피 돈 아끼고 몸 편하고 쾌적하려면 집이 최고죠. 여행은 고생입니다, 원래. 저는 8월 30일 중국으로 손님들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갑니다. 공정여행이냐고요? 절대 아니죠. 처음에 제가 기획한 비교적 착한 여행을 손님들의 항의로 그냥 아주 나쁘지는 않은 여행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다음에는 공정여행을 다시 생각하면서 이번 중국여행 후기를 올리겠습니다.

 

ps. 제가 원고의 상당량을 날로 먹는데 도움을 준 책은 이매진 피스 임영신, 이혜영씨가 쓰고 소나무에서 출판한 ‘희망을 여행하라’입니다. 16,000원 책값이 부담스러우시면 저에게 빌려 보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