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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19호) 사막에서 흥한 자, 사막에서 망하리


사막에서 흥한 자, 사막에서 망하리

신년 들어 이명박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UAE와 체결한 원전수출계약이 지지율 상승의 원인일 것이다. 사람들은 이명박의 폭정에 시달리면서도 애초 이명박을 지지했던 처음의 이유였던 ‘CEO출신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을 달리 먹었을 것이다. 누구도 민주주의를 기대하고 이명박을 찍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의 UAE 원자로 건설 수주는 현대건설이 사막에서 붐을 일으켰던 시대의 향수를 마구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어쩌랴. 이제 시대가 변했으니 투쟁의 깃발을 내려놓으라는 보수정치의 야유꾼들은 정작 자신들이 70년대에 갇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사막에 도로를 깔아 돈을 벌었던 것처럼 이제는 원자로를 만들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만, 사실은 정반대편에 있다.

이번 계약은 미국과 UAE의 전략에 한국이 놀아난 결과라는 보고가 있다. UAE는 이미 미국과 원전에 관한 원천기술 이전 협정을 마무리한 상태였는데, 청와대는 프랑스로 기운 협상을 대통령이 직접 ‘막판뒤집기’를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개의 전문가들은 어차피 미국기업과 계약을 했어야하는 UAE가 마치 프랑스랑 할 것처럼 제스처를 취해 수주가격을 깍은 전략에 말려든 것이라 비판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원전기술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것으로 이번 계약도 웨스팅하우스와 컨소시엄을 형성하였던 터라 미국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수주에 참여한 GE나 한국-웨스팅하우스 컨소시엄이나 손해 볼 것이 없다. 오히려 이 지역의 반미감정을 고려한다면, GE가 독자적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한국을 통해 우회 수출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결국 한국은 UAE의 전략에 건설비용에도 못 미치는 단가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나마도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으로 상당부분 이득이 흘러갈 형편이다.

문제는 앞으로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하겠지만 UAE에 건설한 원자로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으로 인한 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원자로 사고가 UAE에서 발생하지 않을 리 없기 때문에 마음을 졸이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중동의 핵발전소 건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하니 감당해야할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전 세계는 대안에너지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마당에 한국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서 ‘녹색 성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암울한 미래가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2010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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