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론

(21호)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이라고?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이라고?

 

최근 김신호 교육감이 “무상급식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재선 가능성이 높은 현 교육감의 발언인지라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무상급식의 열기가 뜨거운 다른 지역과 달리 대전에서는 유력한 후보들이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않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무상급식의 실현이 요원해 보인다.

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은 사회주의’라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무상급식은 납득이 안된다”며 “무상급식 하고 나면 그 다음엔 옷도 사주고, 집도 사줘야 하나”며 독설을 퍼 부었다. 한나라당은 노골적으로 밥 사먹을 돈이 없는 애들한테만 사주면 된다는 식이어서 오히려 쓸데없는 데 왜 돈을 쓰냐는 투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입장에서는 서민들이 워낙 많아 골프장 지을 땅에 집을 짓는 것이 한스러울 터이니 아이들 입에 밥 들어가는 돈이 아까울 수밖에.

점심 도시락을 내놓을 때마다 내 반찬통의 깍두기가 부끄러워 친구의 소세지에 젓가락을 대지 못했던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왜 무상급식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의 신분이 되는 사회에서 무상급식은 그 신분의 벽에 내는 작은 구멍과 같은 것이다. 민주주의는 ‘기회의 평등’이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고 떠드는 작자들은 ‘차별급식’이 바로 ‘기회의 평등’을 허무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물론 우리는 적정 수준까지 ‘결과의 평등’도 보장되는 사회를 추구하지만) 아니 그들에게 ‘기회’란 자본주의의 태동기에 형성된 기회만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지금 우리들은 모두 그 결과들이고, 그래서 절대 평등할 수 없는 계급적 존재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그들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말 속에 드러나는 지독한 엘리트 냄새가 역겹다. 그들에게 대중은 항상 우매하고, 그래서 대중선호적인 것은 ‘나쁜’ 것이라는 사고 안에는 정책이란 엘리트들이 잘 정제해서 대중에게 하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담겨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왜 우리는 우리를 천시하고, 하대하는 그들을 찍는 것일까.


'시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호) 잔치는 끝났다  (0) 2011.01.25
(22호) 정치는 코미디?!  (0) 2011.01.24
(20호) 지방도시의 파산  (0) 2010.12.24
(19호) 사막에서 흥한 자, 사막에서 망하리  (0) 2010.12.24
(18호) 아, 인권  (0) 201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