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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18호) 아, 인권


아, 인권!

 

“지구상에 이렇게 파업하는 나라는 없다”

철도노조 파업 진압을 마치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듯 사측 상황실을 방문한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와 동시에 안정된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이 파업을 한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물론 우리가 그에게 이해 따위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의 말은 ‘무식’과 ‘거짓말’의 중간쯤에 서 있다.

2007년 11월, 프랑스는 나라 전체가 파업 중이었다. 대학생들이 대학자치법에 반대하여 수업거부를 시작하더니 사르코지 정부의 공기업 특별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공기업들의 파업이 가세했다. 13일 프랑스철도공사의 파업, 14일 파리지하철공사, 프랑스전력공사, 프랑스가스공사 등 공기업들의 파업, 19일에는 전국 85개 대학 중 44개 대학이 수업이 중단되었고, 5개의 고등학교도 파업에 동참했다. 그리고 20일에는 교사와 공무원도 파업에 동참하였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그렇게 동경해 마지않는 소위 선진국들은 파업이 생활이다. 사회적 약자의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서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사측과 대항하는 것은 상식이며, 그래서 선진국의 시민들은 이것을 ‘인권’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도 파업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잠깐의 불편과 연대한다.

대통령이 말하는 노사관계 선진화는 어느 선진국처럼 되자는 말인지 모르겠다. 미국 하나만이라면 미국화라는 말을 써야 정확하다. 대통령은 정말 이것을 모를까. 글로벌시대에 세계의 모습을 모르는 무식한 대통령이 더 문제인지, 아님 알면서 거짓말만 늘어놓는 비열한 대통령이 더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머릿속에 인권은 없는 것이 확실하다. 아마 그는 ‘파업하는 노동자’가 ‘파업파괴를 위해 식칼을 내지르는 건달’보다 더 나쁘다고 말할 것이다. 마치 태안 앞바다에 기름을 쏟아 부은 삼성의 배상금이 50억 원이지만, 파업 며칠의 손해배상이 100억 원(철도노조)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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