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시작이다
장주영(당원)
금방이라도 꺼질 듯 흔들리던 촛불이 어느 새 석 달이 가깝도록 거리를 밝히고 있다. 생각해보니 5월 31일 이후로 주말마다 6주 연속 서울에 올라가 꼬박꼬박 촛불 집회에 참여했었다. 요즈음은 피곤하기도 하고(돈도 없고), 미뤄두었던 일들도 해야 해 안 가고 있지만.
처음에는 강경 진압과 고시 강행에 너무나 속이 답답해서 올라갔고, 생애 처음으로 참가한 시위에서 물대포 맞아가며 전경에게 쫓겨 다녔던 기억에 분해서 그 다음 주에 다시 서울에 갔지만, 그 후에는 순전히 집회에 참여하는 즐거움에 서울로 올라갔다. 언젠가 어렸을 적 엄마, 아빠 손을 꼭 잡고 돌아다녔던 늦은 밤의 난장에라도 놀러간 듯한 분위기였다.
길거리 한 쪽에서는 로프로 전경버스를 끌어내는 동시에, 한 쪽에서는 모듬북 퍼포먼스가 있었다. 청계 광장에서 붉은 띠를 이마와 팔목에 질끈 동여맨 전국공무원노조가 결의식을 하는 동시에, 청계천 거리 양쪽에 매달렸던 풍선들이 푸른 하늘로 둥실둥실 날아가는 퍼포먼스가 펼쳐지기도 했다. 공존할 수 있으리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한자리에 존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부조리극 한가운데에 떨어진 것 같은 아리송한 느낌도 들었다.
촛불은 시작이다. 가려졌던 많은 그림자들을 들춰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나가고 있다. 촛불이 꺼진다 하더라도 끝난 게 아니다. 촛불의 빛이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촛불을 든 이후로 즐기면서도 목소리를 내는 법을 알았고, 혼자서 외로이 싸우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나누어 숙제를 하는 것이 더 즐겁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는 지금까지 촛불이 비췄던 광장과 거리가 아닌 골목 곳곳을 비추며, 촛불 광장에 나오지 못했던 사람들까지 비추어야 한다. 차마 촛불을 들지도 못할 만큼 입시 지옥에 시달리는 고등학생들,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들, 금방이라도 해고될까 전전긍긍하는 비정규직들, 정보와 인터넷에서 소외되어 현실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곁에서 촛불을 들어야 한다. 그들과 함께 고민을 시작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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