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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6호) 더 솔직하게, 더 과감하게

더 솔직하게, 더 과감하게!

 

김윤기 (시당 대변인)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분명했다!

제2창당 토론이 시작된 지도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대전시당도 두 분 대표와 함께 예정된 2차례의 토론을 모두 마쳤다. 그렇지만 카페에서도 그렇고 다른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당원들도 그렇고 제2창당에 대해 큰 기대를 느끼기는 어렵다. 부족해도 뭔가 많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은 대전만의 특수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단적으로 중앙당 홈페이지의 제2창당 토론방도 개점휴업 상태다. 각급 당부의 공지와 발언록을 다 포함해도 한 달 넘도록 올라온 글은 겨우 30개 남짓이다.

제2창당은 총선 직후로 예정되어 있었다. 창당 당시 ‘진보신당 연대회의’는 공식적으로 ‘총선용 임시정당’임을 밝혔고, 제2창당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을 완성하겠다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러나 총선 이후 정국은 ‘촛불’이 주도했고, ‘제2창당’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용 임시정당’은 스스로의 완결성을 향해 나갔다. 반년이나 계속된 ‘임시’라는 불안함이 만들어 낸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지난 10년간의 진보정당 운동을 생동감 있게 토론할 기회를 잃었다. 진보정치의 재구성에 동참하고픈 이들의 의지도 속절없는 시간 속에 녹아내리기도 했다.

 

제2창당, 토론은 없다?

제출된 토론문을 따라가다 보면 허전함이 느껴진다. 조직부분은 초초안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가치부분에 대한 토론이 진행된 후 구체적인 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다. 그리고 상상 가능한 안들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면서, 모두가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치부분 또한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4대 가치를 핵심적으로 제시하면서, 이러한 가치들을 하나로 아우를 좀 더 근본적인 가치로서 ‘민주주의’를 제시한다. 이런 정도로는 좀 밋밋하고 허전하다. 소위 전진 논쟁은 다소 격렬하기는 했지만, 솔직했으며 박진감도 있었다. 보는 즐거움이란 것이 있었다.

이런 태도는 대표단도 별 다르지 않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표 중 한 분이 제2창당에 대해 ‘내년 2월 일정은 1단계’이며, ‘당의 모습이 갖춰지는 1단계 속에서 진보신당의 방향과 진로에 관련한 당원들의 내부 합의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크게 틀린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애초 계획에 비해 크게 축소된 것만은 분명하다.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제2창당의 2단계는 무엇을 목표로 어떤 시점에 진행될 것인가? 또, 1단계를 뛰어넘는 제2창당의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제2창당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애매한 물 타기는 좀 곤란하다.

 

논쟁, 그 자체가 문제인가?

결국 첨예한 쟁점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둘은 닮아있다. 다양한 정치적 경험과 이념적 편차가 공존하는 당원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답하면 매우 곤란하다. 아니 그런 강박관념은 없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애초부터 그런 안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금은 서로의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야 할 시점이다. 차이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존중하고 인정할 수 있느냐가 문제일 따름이다. 이미 있는 차이는 숨겨질 수도 없고, 당장 숨겨진다 하더라도 좋을 일도 없다. 당장은 조용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격이다.

또 하나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논쟁을 피하는 미래에 대한 토론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다. '민생민주국민회의(이하 민민회의)'는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 동안 정치적 과제와 연대운동 방향의 일단을 천명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이제 민민회의가 민주당을 빼고 진보정당들과 함께 한다고 결정했으니, 말할 수 있는 폭이 좀 넓어졌다. 다소 민감한 지점이 있었지만, 피해간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대표단이 좀 더 솔직하고 과감해져야 한다. 최소한 당이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있는 제2창당 토론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