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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내가 권하는 책

(14호)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 이원표 (서구당원) 서른 살, 참 애매한 나이다. 삼십대의 초입에서 보통은 자기 인생의 경로가 정해져야 한다고 하지만 그러지 못해 비참한 사람들이 많다. 청년실업이라는 우울한 단어는 서른 살까지 이어져 암울한 미래의 예고편이기나 하듯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 곁에 있다. 그런 서른 살의 나이에 어디론가 훌쩍 떠난다는 게 쉬운 일일까. 스무 살의 배낭여행은 어른이 되는 과정으로, 경험과 안목을 높이는 용기로 치하 받지만, 서른 살의 출타는 ‘느닷없이’ 여겨지고, ‘중한 결심’의 무게로 받아들여진다. 나 역시 그랬다. 친구인 저자가 갑자기 영국으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 인생의 중대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는 여행을 하고 돌아왔.. 더보기
(10호)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존 라이언 지음, 이상훈 옮김) 남가현 (대덕구 당원) 우리 지역은 그리 심한 상태가 아니라지만 물 때문에 나라가 난리다. 본래 이 나라의 겨울이 매우 가문 시기이기는 하나 올 해 겨울 가뭄은 유난한 듯하다. 다목적댐들의 저수량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고 하고 심한 지역은 저수지의 바닥이 드러나 쩍쩍 갈라진 흉물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몇 주 이상씩 제한 급수를 하는 것도 모자라 그 시간도 짧아져 태백시 등지의 강원 남부 주민들은 일상생활의 불편함 정도를 넘어선 생활苦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추진할 정도라니 이게 도대체 웬일이란 말인가.. 누구는 바닷물의 수온이 이상하게 상승해서 그렇다고도 하고 또 누구는 시베리아 기단이 예.. 더보기
(8호)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남가현(대덕구 당원) 새해가 밝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각국에서 쏟아놓는 경기부양책에도 끝을 보이지 않고 있고, 세계인의 반대와 각국의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멈추고 있지 않다. 국회 점거를 풀었다고는 해도 여야간의 갈등은 여전하고, 우리의 삶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우울한 나날이다. 본래 이번호를 위해 얼마 전 저자의 동의없이 수정이 가능하다고 판결이 난 그 유명한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한 번 읽어보자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러던 중 인터넷 경제논객이라 불리던 미네르바가 검거, 구속되었다. 한 인터넷 경제논객의 글 때문에 20억달러의 외환보유고가 감소하게 되었다는데 뭐...... 더보기
(7호) 고우영 <삼국지> 고우영 심의보 (중구당원) 삼국지를 필두로 수호지 열국지 십팔사략 일지매 임꺽정 조선야사실록 등등 많은 고전시리즈의 작가로 굳이 만화를 즐겨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름석자 정도는 들어봤음직한 우리 만화계의 보물같은 존재다. 고우영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로움'과 '발칙한 상상력'에 있다. 삼국지 완역본을 읽다보면 한 2-3권쯤 가면 슬슬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들이 꼬이고 머리엔 뿌연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이쯤되면 책은 더이상 책이 아니라 그저 한알의 수면제 일 뿐이다. 고전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범접키 어려운 뻑뻑함을 고우영은 그만의 자유로움과 특유의 명랑발칙함으로 알갱이가 톡톡 씹히는 상큼한 한잔의 레모네이드로 바꿔준다. 고전이라면 "아...뭐여.."하는 청소년부터 일상에 지친 어른들까지 두루두루 .. 더보기
(6호)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자유새 (전주 당우) 책장을 둘러봐도 변변한 소설책 하나 없고, 사 모은 책들이라고는 꽂아놓고 읽지도 않는 사회과학서적 뿐이다. 나만 그러랴? 책 리뷰 하나 해달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결국 9개월의 임신부에게 글을 맡긴 내 지인들. 유물론자들은 마치 소설책은 읽지 않는다는 철학이라도 가진 듯, 새까맣고 새빨갛게 보기만 해도 위용을 자랑하는 맑스 원전과 주황색깔 자본론 등을 마음만 꽂아 놓고 몇 년 째 만져나들 보았으려나. 몇 권의 책을 뒤적이다가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면장선거’에 대해 쓸까? 아냐. ‘선거’라는 제도를 희화화하며 추악한 실체를 드러낸 것은 나름 유쾌하지만 결국 현실 수용적이고 패배적이야.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에 대해 긍정적.. 더보기
(5호) 과학전쟁 - 정치는 과학을 어떻게 유린하는가 과학전쟁 - 정치는 과학을 어떻게 유린하는가- (크리스무니 지음, 심재관 옮김) 김태훈 현실과 무관한 예술은 없다. 현실에 영향력을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예술이 아니다. 모두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도덕은 없다. 모두에게 좋다면 도덕적 이상이지 현실도덕은 아니다. 절대적인 도덕적 원리를 최우선에 내세우는 목사님이나 윤리교사가 할 일이지 현실을 변화시켜야 할 정당에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듯 순수를 부정하는 나에게까지도 과학의 이미지는 절대적 진리기준 그 자체이다. 그런데 이는 과학이 진리어서가 아니라, 진리의 이름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근대이후 과학의 이름이 신의 뜻 대신 ‘진리’의 자리를 차지했고, 새롭게 권력을 쥔 자본가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자식들의 구미에 적합한 진리를 생산한다. 보수진.. 더보기
(3호) 무엇을 할 것인가 시작이 중요하다 - 『무엇을 할 것인가』, 레닌, 박종철출판사, 1999 서민식(당원)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다. 세월이 수상할수록 뭐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길게 보든 짧게 보든 뭐라도 해야겠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제대로 된 시작인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만 헤매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뭘 어떻게 해야 “이뤄낼지” 모르겠다. 심지어... 어떤 때는 내가 바라는 게 뭔지, 그것도 헷갈릴 때가 있다. 매년 유월이면 동무들 몇이 모인다. 난 거의 참석하지 못했는데 작년엔 이십 년째라고 꼭 오라고, 얼굴이나 한 번 봐야하지 않겠냐고, 채근해서 갔다 왔다. 근사한 음식점에 모여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라며 상투적인 인사를 주고받고, “지원 나갔을 때... 거 .. 더보기
(2호) 망치로 신학하기 망치로 신학하기 (정재현, 한울아카데미, 2006, 18,000원)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것이 벌써 한 세기 전이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신학을 놓지 못하는 것일까. 저자에 의하면 답은 간단하다. 모순투성이인 ‘죽음-삶’이라는 것에 대해 여전히 궁금해 하고 답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와 예술을 거쳐 신화를 넘어 신학에 도달한 인간의 정신여행은 아마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어디서’에 해당하는 한국이라는 장소의 신학은 그 자유로운 여행을 강제적으로 멈추려 하고 있다. ‘축자영감설’로 대표되는 근본주의적 기독교 신학은 정신여행을 퇴행으로 이끄는 인간의 ‘자기 우상화’라고 저자는 강력하게 비판한다. 이러한 신으로부터의 일방적, 획일적 신학의 모습은 중세신학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