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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30호) 착한 소비를 아십니까


착한 소비를 아십니까

 

롯데백화점에 가면 공정무역 커피라는 것을 판다. 공정무역 커피란, 저임금과 고된 노역에 시달리는 제3세계의 커피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자는 취지의 운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비자가 커피생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고려하여 그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공정하게 임금을 지불한 커피에 대해서 ‘공정무역’ 마크가 붙는다.

대형마트에서 자랑하는 낮은 가격은 사실 저임금 노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하고, 더욱 더 임금을 깎아 회사의 이윤으로 가져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이런 대형마트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제3세계 커피생산자에 대한 임금 착취 행위를 감시하는 공정무역 커피를 우리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하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무역 말고도 착한 소비라는 말이 있다. 취지는 같다. 소비자가 정당하고, 공정하게 생산된 생산물에 대한 물건만을 구매하겠다는 약속이다.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 지역사회를 병들게 하는 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해 소비자들이 힘을 모으는 것이 착한 소비이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자신의 소비가 사회에 기여하길 바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착한 소비에 동참하고 있고, 기업은 이제 판매뿐만이 아니라 생산과정에서의 공정성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시대이다.

대전의 롯데백화점에서 시설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전원 해고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것이 해고의 사유이다.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단지 부당한 업무지시가 없기를 바랐을 뿐이다. 설치된 시설의 유지보수를 하기로 한 노동자들에게 시설 공사까지 맡기는 가혹한 노동조건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였다. 롯데백화점이 왜 그랬냐고? 물론 돈이다. 공사 발주하지 않고 이리저리 유지보수하랴 바쁘게 뛰어다니는 비정규직들 잡아다가 시키면 절약되니까. 그리고 그 절약이 회사의 이윤으로, 또 약간의 가격하락으로 등장한다.

자, 이제 대전에서 착한 소비를 결정할 때이다. 그렇게 가혹한 노동조건과 저임금 속에서 만들어진 롯데백화점의 상품을 구매할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거부하고 롯데백화점에게 공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라는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