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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영화 리뷰(이원표)

(17호)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이원표 (서구당원) 학교에서든, 지역사회에서든, 노동현장에서든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홍반장’을 롤모델로 삼아보았을 것이다. 마을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 해결하고, 마을사람들도 일이 생기면 일단 홍반장부터 떠올리는 장면을 보며 ‘내가 홍반장처럼 할 수 있다면’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건 우리 뿐만은 아니다. ‘홍반장’을 별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고, 어느 동사무소에선 ‘홍반장’ 임명장까지 준다고 하니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홍반장’은 지역사회의 일꾼 혹은 봉사자로서의 브랜드를 갖춘 셈이다. 이제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지역사회에서 뭐 좀 하고 싶은 사람이면 ‘홍반장 같다’라는 말을 탐내기 마련이다. 학교를.. 더보기
(14호) 갈매기 식당 갈매기 식당 (かもめ食堂) “평화, 무조건 받아들이지만 맹목적이지 않은 행동” 이원표 (서구당원) 걱정이 없을 것 같은 나라 핀란드, 그 곳에 세계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민족 중에 하나인 일본인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 있다. “갈매기 식당(かもめ食堂)”, 그 식당의 이름이자, 핀란드를 배경으로 찍은 일본 영화의 제목이다. 가게 주인 사치에는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손님을 맞아본 적이 없다. 간혹 지나가면서 생소하고 아주 작은 이 일본 여성을 재미있게 쳐다보고 가는 동네 할머니들은 있지만 손님은 없다. 하지만 사치에의 이 식당은 아주 평화로운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가게에 첫 손님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톤미가 들어섰다. 사치에는 일본 특유의 친절함으로 당신은 첫 번째 손님이.. 더보기
(13호) 1번가의 기적 1번가의 기적 - “자본주의를 선전하다” 이원표 수돗물도, 인터넷도 들어오지 않는 달동네의 무허가 주택들... 여기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 누군가 가난은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헛소리를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난은 죄다. 아니, 좀 불쌍해 보일 수는 있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면 눈물을 흘려준다. 그러나 스스로의 눈물과 감성에 만족해서 돌아앉으면 그 뿐, 세상에 무수히 뿌려져 있는 가난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는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께. 새 집 다오." 철거깡패가 들어와 집을 허물던 날, 집이 없어지는 것을 보며 우는 아이들에게 인간적인 깡패, 필재는 이 노래를 시킨다. 무기력하고 가난한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새 집의 아름다움을 기대하는 것일 뿐, 헌 집은 두꺼비에게 주어야한다... 더보기
(11호) 황산벌 - 세가지 거시기 황산벌 - 세가지 거시기 이원표 삼국 말기의 시대를 현대의 언어로 풀어낸 희극, 황산벌은 당나라 황제와 고구려의 연개소문, 백제의 의자왕, 신라의 무열왕(김춘추)가 모여 회담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북한을 비유한 듯 한 연개소문의 말들이 유쾌하게 유통되는 것을 보니, 변화가 좋긴 좋구나하며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전쟁은 정통성 없는 것들이 전통성 세우려고 하는 게야!" 전쟁, 연개소문의 말처럼 전쟁은 그 어떤 정의나 질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이들이 억지로라도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테러와 반테러 전쟁 중, 어느 것을 우리는 '정의'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누가 옳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현실이 전쟁에 투영되어있다.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라 말하려 전쟁을 .. 더보기
(9호) 하나 하나 (花よりもなほ: More Than Flower, 2006) 이원표 (서구당원) ‘하나’, 우리말로는 꽃이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시대가 지나고 평화로운 에도시대의 평화로운 복수극 이야기이다. 복수가 평화롭다고? 그렇다. 평화로운 복수도 있었다. 전쟁이 한창이던 전국시대에 그 숫자가 급격히 증가한 사무라이 계급은 평화의 시대가 되어서도 동경의 대상이 되어 계속해서 백성을 지배했다. 평소에는 검술을 익히며, 때때로 책을 읽는 사무라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이고, 그것을 증명해주는 것이 원수에 대한 증오이다. 이때는 원수라 인정된 자에 대해 복수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 존경 대상이었던 모양이다. 사람을 죽이고, 자기 원수라 관청에 신고하면 사무라이로서의 명예가 주어진다. 반대로 복수하지 못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