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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영화 리뷰(이원표)

(14호) 갈매기 식당


갈매기 식당 (かもめ食堂)

“평화, 무조건 받아들이지만 맹목적이지 않은 행동”

 

이원표 (서구당원)

 

 

걱정이 없을 것 같은 나라 핀란드, 그 곳에 세계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민족 중에 하나인 일본인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 있다. “갈매기 식당(かもめ食堂)”, 그 식당의 이름이자, 핀란드를 배경으로 찍은 일본 영화의 제목이다.

 

가게 주인 사치에는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손님을 맞아본 적이 없다. 간혹 지나가면서 생소하고 아주 작은 이 일본 여성을 재미있게 쳐다보고 가는 동네 할머니들은 있지만 손님은 없다. 하지만 사치에의 이 식당은 아주 평화로운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가게에 첫 손님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톤미가 들어섰다. 사치에는 일본 특유의 친절함으로 당신은 첫 번째 손님이어서 앞으로 커피는 공짜라고 전한다. 그 뒤로 친구도 없이 혼자 찾아와 공짜 커피만 즐기는 톤미를 사치에는 항상 즐겁게 맞아준다. 그런 톤미가 사치에에게 '독수리 오형제' 주제가를 묻지만 사치에는 가사가 생각나지 않았다.

가사를 알려준 것은 미도리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눈 감고 세계지도를 찍으니 거기가 핀란드여서 왔다는 미도리는 우울하면서도 엉뚱하다. 핀란드에서 일본 만화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가를 묻고 답하는 두 일본 여성의 우연한 만남으로 미도리는 갈매기 식당에서 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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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온 마사코는 공항에서 짐을 잃어버리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중요한 것인지 아닌지 모른다고 한다. 그저 잃어버린 짐이어서 찾아야겠다는 것 뿐. 그녀도 우연히 지나가다 들린 갈매기 식당에서 일을 돕는다.

아주 작은 일본여성을 재미있어 하던 동네 할머니들도 어느 날 우연히 빵 냄새에 끌려 들어오고, 이 가게의 전 주인이었던 남자는 자신의 커피분쇄기를 훔치려왔다가 커피 타는 법을 알려주고, 자기 커피 분쇄기를 찾아간다. 정말 우연히 가게를 찾은 부부는 단골이 되고, 마사코가 먹는 주먹밥을 신기하게 쳐다보던 사람들도 어느덧 아무렇지 않게 주먹밥을 찾게 되었다. 사실 사치에는 아무도 찾지 않던 주먹밥을 일본의 소울푸드라면서 가게의 메인요리로 두고 있었다.

 

그렇게 갈매기 식당은 만원이 되었다. 누구나 받아들이는 갈매기 식당, 여주인 사치에는 사람들에게 편하게 주먹밥을 먹이고 싶을 뿐이고, 그렇게 평화로운 갈매기 식당은 만원이 되었다.

평화는 소박한 소망을 위해 누구나 받아들이는 마음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