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촛불
복효근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 놓은 마늘쪽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 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복효근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 지리산 아래 살면서 산처럼 푸르고 깊은 시를 꿈꾸고 있다.
'종료 > 이 달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호) 까치네 집 - 이진수 (0) | 2010.12.15 |
---|---|
(12호) 거웃을 물들이는 사내 - 차승호 (0) | 2010.12.15 |
(11호) 장마 이후 - 이정섭 (0) | 2010.12.15 |
(10호) 연꽃 근처 - 이정섭 (0) | 2010.12.15 |
(9호) 너희를 죽이고 가마. - 송경동 (0) | 2010.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