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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이 달의 시

(13호) 마늘촛불 - 복효근

마늘촛불

 

복효근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 놓은 마늘쪽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 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복효근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 지리산 아래 살면서 산처럼 푸르고 깊은 시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