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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이 달의 시

(14호) 까치네 집 - 이진수

까치네 집

 

이진수


그럼에도 저것이

살 만한 주거환경이라고

즐거워한다.

 

기껏해야

나뭇가지 몇 개와

마른 풀 몇 올이 전부인데,

 

그래도 좋아라고

구김살 하나 없이

환하게들 피어 있다.

 

공부방이 없어도

칭얼대지 않고

전봇대에 세들어 살아도

불평 한 마디 없다.


집 한 채 소유하는 일이나

무슨 一家를 이뤄보겠다는 욕심에서

끝내 자유롭지 못한

나 같은 짐승이

삶을 좀먹는 동안에도

 

까치네 집 식구들

제 사는 것이

언제나 고맙다고…….


이진수 《노동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그늘을 밀어내지 않는다』. 대전충남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