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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이 달의 시

(9호) 너희를 죽이고 가마. - 송경동

너희를 죽이고 가마. 용산 참사 열사들을 생각하며

 

송경동

 

나는 네 번 죽었다.

 

첫 죽음은 이 자본주의 사회의 가난하고 평범한 이로 태어난 죄였다. 차별과 기회 불균등 속에서 어린 동심을 죽이고 소년, 소녀의 꿈을 죽이고 청년의 가슴을 죽였다. 살아야겠기에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며 이상과 이성과 용기와 사랑과 연대의 마음을 내 스스로 죽여야했다.

 

두 번째 죽음은 철거였다. 당신은 이 세상의 새들어 사는 '하찮은 이'였다는 통보. 이 세계에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이방인, 외지인 딱지. 하늘과 땅 사이 깃들 수 없는 부평초 인생. 쓰라린 가슴이 동굴 속처럼 텅 비었다.

 

세 번째 죽음은 화염이었다. 뿌리 뽑힌 주소지를 들고 망루에 오르자 너희들은 하늘로 가서 살라고 이 땅에서 얻는 몸마저 뺏어 훨훨 날아가 버리라고 4층 망루에 가두고 안에서 불길을 지폈다.

 

이렇게 세 번 죽임을 당하고도 나는 아직 죽지 못하고 네 번째 죽임을 당하고 있다. 오늘 이곳 하늘 밖에 없었던 내 인생, 내 가족, 동료들을 폭력집단 브로커라 한다. 나는 죽었는데 죽인 이는 아무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 살아있다. 죽어서도 사랑하는 아내, 아이들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죽어서라도 가고 싶던 해방의 나라, 사랑의 나라로 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살아 투쟁 중이다.

 

죽은 자에게까지도 투쟁을 요구하는 이 부조리한 사회, 이 야만의 세계, 예의 없는 세계를 철거하기 위해. 처절한 투쟁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의 뜨거운 연대가 아니라 부정한 착취와 공권력 때문에. 산 자들이여. 나는 죽어서도 투쟁한다.

 

죽어서도 이 세상을 용서할 수 없다. 죽을 수도 없는 이 세상을 용서 할 수 없다. 내 아이야 용서하지 말아 달라. 내 아내여 용서 말아다오. 내 이웃이여 용서 말아다오. 내 동지들이여 결단코 용서 말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