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근법 배우는 시간
송진권
나무들이 소실점 끝으로 사라지고 있네
구름들이 빠르게 그곳으로 빨려 들고 있네
당신 눈이 만들어낸 속임수를 조심하세요
여기는 불의 땅
여기는 넝쿨식물의 나라
외곬수인 곰들의 말을 믿지 마세요
사탕발림하는 여우의 말도 믿지 마세요
당신 눈과 귀를 의심하세요
안 그러면 여기에서 깨끗이 지워지거나
천길 나락 낭떠러지로 떨어질 거예요
지나온 집들마다 당신 할머니와 어머니가 살아요
호박빛 들창에 불을 밝히고 식은 국을 다시 데우며
당신이 돌아오길 기다릴 거예요
어서 당신 집으로 돌아가세요
당신이 비롯된 곳
모든 것이 비롯되는 처음으로
나는 아무리 꼬리를 저어도 물속에 들지 못하는 물고기
그가 지우개로 지울까 어쩔까 고민하는 물고기
구름들이 뭉게뭉게 그곳에서 피어나고 있네
나무들이 무릎을 세우며 걸어 나오네
깨금발 하고 나온 아이 하나
그곳에다 욕을 하며 돌멩이를 집어 던지네
송진권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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