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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이 달의 시

(2호) 킬링필드 - 이정섭

# 1
이 유일한 기사는 무엇을 말해줄까요? 미국 폭격기가 나쁜 마을을 치고 있습니다. 정부의 마을입니다. 잔인무도한 폭격이었습니다.*

# 2
점퍼는 맨발을 가리지 못한다 파안대소하는 얼굴 아래로 엄지발가락, 꼬리 잘린 이메일을 구기며 꿈틀거린다 여분의 기운이 몸밖으로 탈출해 계단을 뛰어오른다 유체이탈은 가까운 곳에서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손님 음흉한 낌새를 낚아챌 시간은 지금 없다 급하게 먹은 급식이 역류하는 이웃은 계단에 엎드려 한사코 예를 올린다 종교는 모든 급체의 산물이다 효험 없는 부적은 가운만 더럽힌다 어제의 몰골과 오늘의 해골이 동일하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배꼽에 큼지막한 낭종을 매단 개가 발바닥을 핥는다 굶기는 마찬가지 입맛만 버리지는 않을까 개의 침샘은 유체이탈을 부추긴다 지구는 멈추지 않고 몽상마저 부질없는 동굴에서 오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을 게운다 수저가 사라진 책임을 묻지 않겠어 제발 비상구 낡은 희망이나 소등할 수 있다면 계단을 밀어 천상의 풍경이나 엿볼 수 있다면 파안대소하는 얼굴을 빈틈없이 오려낼 수 있다면 독가스 살포하는 타이어를 뽑아 오늘은 알탕을 끓인다 확실히 살리겠습니다 아가미 속으로 플랑크톤을 주워담으려 신문은 자꾸 파닥인다 축축한 회음부를 달랠 때 바싹 오그라든 식욕을 깔고 덮을 때 활자는 유용한 것 캄캄한 지느러미 곁에서 얼어죽을 용기를 되살리는 메시지들 파안과 대소 사이 응급실은 불티나고 심장을 적출한 미이라는 붕대를 끊지 못한다 잉크 냄새 몽롱한 신문을 모아 모자란 꿈을 덮는다 마대 자루에 담긴 개가 동굴을 벗어나기 전 천국을 만난 곳이다 듬성듬성 남은 미열이 샅샅이 핥아가는 맨발 아래 확실히…

* 영화 「킬링필드」(1984년 작, 롤랑 조페 감독)의 프롤로그, 『촘스키, 세상의 권력을 말하다 2』(노엄 촘스키, 시대의 창)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