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효아빠 이주현 당원
“안경점을 하면 참 잘 될 것 같았어요.”
함박꽃만큼 소박하고 부지런한 지효 아빠다. 커피를 마시며 안경점을 둘러본다. 아담하다. 올 초 안경점을 개원했다는 지효아빠는 하루 12시간 한 달 내내 안경점에 매달린다. 참 부지런하다. 저런 부지런은 내가 좀 배워야 할 텐데, 올빼미 족인 내게는 영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지만.
지난밤엔 전주까지 내려가 친구와 함께 술 한 잔 기울였다. 보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무작정 내려갔단다. 전주에 갔으니 차를 돌려 고향에 가보고 싶지 않았을까. 지효아빠의 고향은 부안이다. 부안 읍내에서 40분 거리 떨어진 곳. “바다가 그립다.”고 말하는 지효아빠의 눈매가 서늘하다. 그 서늘함에 갑자기 커피 맛이 쓰다. 인터넷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마침 2AM의 ‘이 노래’다. 하루 종일 혼자 안경점을 지켜야 하니 인터넷 방송이 좋은 벗이란다. 모르는 노래가 거의 없는 음악박사가 되었겠다고 물어보려다가 꾹 참는다. 참지 않았으면 분명 한 소리 들었을 거다. 뒤이어 이어지는 말.
“12시간씩 일하다 보면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아요. 사람 사는 것처럼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향기나게…….”
변화를 꿈꾸는 이들은 현실을 타개하고자 한다.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그러나 늘 마주치는 현실은 무언가 비어 있는 ‘결핍’의 공간이다. 대학에서 풍물패 활동을 했다는 지효아빠는 ‘결핍’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아는 눈치였다. 어쩌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는 향기를 품어야 하죠.”
아, ‘향기는 숨어서 나는 것’이다. 맞다. 보이지 않는 숲길에서 은은히 피어나는 향기가 숲을 아름답게 한다. 숲을 걸어가는 이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 향기는 전염병보다 강하다. 때로는 어둠 속에서 빛이 되기도 한다. 어두운 숲 속에서 겁 없이 걸음을 내딛게 만든다.
“풍물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데, 쉽질 않아요.”
직업 관계 상 활동하는 사이클이 다르니 이런저런 당 행사에 자주 얼굴을 내밀기 어렵단다. 이심전심이다. (음, 이참에 올빼미들 모임도 하나 만들어야겠다.) 하지만 지효아빠는 이미 충분히 향기로운 사람이다. 변화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으니 이미 향기이다.
우리 모두 향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안경점을 나서는데 밤 10시가 가까웠다. 향기로운 사람과 함께 한 아름다운 가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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