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육아일기(남가현)

(11호) 왕초보 송사리 엄마의 어설픈 육아일기


왕초보 송사리 엄마의 어설픈 육아일기

- 1. 태교?? :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남가현 (대덕구 당원)


먼저 우리 아가 송사리를 소개합니다.

오똑한 콧날, 날렵한 브이라인 턱 선을 가지고, 싱긋싱긋 잘 웃기도 하고, 발차기도 잘하는 우리 송사리는 이제 막 임신 8개월,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세 달 가량이 남은, 아직은 너무 조그만 아가입니다. 그리고 저는 벌써부터 아가에게 푹 빠져버린 팔불출 예비 엄마, 송사리 엄마입니다. 잘하는 것도 없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육아일기를 쓴다는 게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아니 많이 쑥스럽지만 그래도 이렇게 육아일기를 쓰다보면 조금 더 잘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육아일기 쓰기를 시작합니다.

입덧이 심해 하루가 일주일 같고, 일주일이 한 달 같았던 힘들었던 시간들을 지나 조금은 편안해질 무렵, 초보 송사리 엄마는 본격적으로 아기 키우기 공부에 돌입했습니다. 애는 책에 나오는 데로 자라는 게 아니라는 주위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고시 공부하듯 다량의 육아서적을 독파한 후 얻게 된 송사리 엄마의 결론은 ‘애 하나를 제대로 키운다는 일이 이렇게 어렵구나’를 절감하는 것 뿐

이었답니다. 아이 하나를 잘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지요. 엄마가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은 그저 사랑으로 잘 키우라는 것밖에는 정답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case by case, 낳아서 아이가 어떤 기질을 가졌는지 키워보기 전에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것, 뭐 그런 것이지요.

그래도 초보 엄마는 책에 쓰여 진 데로 열심히 태교를 해보리라 굳게 다짐했습니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말만 하라는 전통 태교법부터, 클래식 같은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음악을 들으라는 음악태교, 명상태교, 색감을 키워준다는 미술 태교, 상상력을 키워준다는 동화태교, 영어태교 등등 세상에는 참 많은 태교법이 있더군요. 적성에 잘 맞지 않는 클래식도 듣고, 매일매일 동화책 읽어주기도 하고, 명상도 하고, 운동도 하고... 하지만 좀 더 특별한.. 뭔가 아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주면서 하는 DIY 태교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기 모빌, 딸랑이도 만들어주고, 아기 방에 걸어줄 세계지도 액자도 만들고... 배내 저고리, 아기물건 담아줄 보물 상자, 아기 침대 범퍼 가드도 직접 만들고.... 만들어 줄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고 만드는 일에 조금은 재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송사리 엄마는 그다지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 ㅠㅠ. 만들기를 태교가 아니라 일처럼 끝장을 볼 때 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는 송사리 엄마는 삯바느질 하듯이 밤새도록 만들기를 해대고 지쳐서 뻗기 일 수였습니다. 물건을 직접 만들면서 아기 생각을 하라는 DIY 태교의 본래 의미를 생각해 볼 때 물건 만들기에 너무 집중해서 아기 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만들기 끝장을 볼 때까지 몸을 혹사시키는 저 같은 성격의 소유자에게는 DIY태교는 적합한 태교법이 아니었습니다. 이 방법은 차분한 성격을 가지신 분들에게나 어울리는 태교법이었던 것이죠. 그래도 이 태교법의 장점이라고 하면 두고두고 뿌듯해 할 수 있는 물건은 남는다는 거.. 뭐 이런 게 하나 장점일까요?

만들기에 지친 초보 엄마는 또 다른 태교에 돌입 했습니다. 이름하여 스세딕 태교법. 원래 스세딕 태교법이란 뱃속의 아기에게 계속 말을 거는 대화법과 글자와 숫자카드를 이용해서 낱말, 문장들을 만드는 태교법인데, 글자카드와 숫자카드를 일일이 만드는 게 또 일처럼 느껴지게 될까봐 그냥 자석 보드 칠판과 알파벳 자석, 보드펜을 구입했지요. A-Z까지 세 벌의 알파벳을 가지고 한 가지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 10개를 만들고 그 단어를 그림으로 그려 아가에게 설명해주는 방법으로 태교를 해보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A로 시작하는 단어 Apple라고 하면 사과를 그림으로 그려주고 사과에 대해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태교를 시작한 날, 그러니까 A로 시작하는 단어 10개 만들기를 하던 날, 문제가 또 생겨버렸습니다. 단어 만들기를 할 때 옆에 있던 송사리 아빠가 만들고 간 단어들 중 asia, africa, america가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송사리 엄마, 그래도 지리과 나왔다고 말은 많아 가지고는 피가 잘 안통해서 다리가 팅팅 부어 저리고, 목이 아픈 줄도 모르고 또 그렇게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혼자 주저리주저리 애기한테 강의를 했던 겁니다. 태교도 적당히 해야 태교지 지나치면 일이 된다는 사실을 또 잊고 말았습니다.

왕초보 엄마 때문에 뱃속에서 송사리도 아마 꽤나 고생을 했겠지요. 이것저것 태교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을 해보면서 얻게 된 송사리 엄마의 교훈(?)이라면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라는 것. 아무리 좋은 태교를 한다고 해도 지나쳐서 힘들고, 스트레스가 되면 좋지 않겠지요? 마음을 편안히 가지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스트레스를 멀리하는 것이 제일 좋은 태교법이 아닐지......

 

근데 이 육아일기 쓰기도 스트레스가 되면 어쩌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