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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육아일기(남가현)

(26호) 송사리, 이제 어린이가 되다!!

송사리, 이제 어린이가 되다!!

 

우리 송사리 서은이가 세상에 태어 난 것도 일 년 그리고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영영 올 것 같지 않았던 날들도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네요. 그만큼 아가 서은이도 엄마도 많이 자랐습니다. 서은이가 돌을 넘어서면서부터 가장 신경쓰게 된 것은 이제는 정말 밤중수유를 끊어야 한다는 것과 엄마젖만 찾는 우리 서은이를 밥을 잘 먹는 어린이로 키워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였습니다.

돌이 지나도록 서은이는 밤에 자다가 깨면 엄마 젖을 먹어야 다시 잠들 수 있는 아가였습니다. 자다가 깼는데 엄마가 젖을 안주면 엉엉 울면서 잠을 홀딱 깨버릴뿐더러 낮에도 밥을 잘 먹지 않아서 안쓰러운 마음도 들기에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주고 있던 것이었지요. 그러다 이가 몽창 썩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서은이가 10개월쯤 되었을 무렵 한 번 독한 마음먹고 끊을까도 해봤지만 서은이가 열나고 아프고 한 바람에 안쓰러워서 또 포기했었더랬지요. 그래도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돌이 지난 어느 날, 서은이를 데리고 서울 외갓집으로 갔습니다. 밤중 수유를 떼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고 말이죠. 아무래도 집에서는 서은이가 울면 우리 서은이 할머니, 긴급히 출동하시니 어려움이 좀 따랐거든요.

드디어 밤중수유를 끊기로 한 첫 날. 역시 어김없이 졸린 시간이 되자 눈이 빨갛게 되도록 부비며 서은이가 징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함께 누워서 토닥토닥 두드려 주지만 빨리 젖을 달라고 계속 징징징 거리다 엄마가 빨리 젖 줄 생각을 안 하니 이제는 화가 나서 악악 소리를 질러대며 울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시작된 것이죠. 그러더니 이제는 정말 슬픈지 눈물까지 뚝뚝 떨어뜨려가며 뒤로 넘어갑니다. 지치지 않고 울어대는 아가를 보면서 포기할까 잠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영영 밤잠을 제대로 재우지 못할 거란 생각에 다시 마음을 고쳐먹기를 수 십 번. 울음소리가 조금씩 잦아들더니 어느 샌가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드네요. 그 순간이 오기까지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그런 기분. 정말 아기 엄마들만 아는 그런 기분일겁니다. 아기가 잠이 들고 나니 기운이 쪽 빠져서 아기 옆에 누워 그대로 잠들어 버렸습니다. 자다가 깨어보니 아침.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요.. 밤에 두 세 번 이상은 깨서 울면서 젖을 달라고 할 줄 알았던 우리 서은이가 깨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잘 자고 아침을 맞이하게 된 것이지요. 사실 서은이는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응력이 뛰어난 아이였던 겁니다. 엄마가 더 이상 밤에는 젖을 주지 않을 거라는 걸 그렇게 금세 이해하고 받아들이다니요. 밤중 수유를 중단한지 꼭 3일 만에 서은이는 엄마랑 잠자리에 들면 징징거리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혼자 뒹굴뒹굴 굴러다니다가 잠들 수 있는 아가, 아니 어린이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 서은이가 밥을 잘 안 먹어서 또래 아이들에 비해 몸무게가 너무 적게 나간다는 문제가 있었지요. 잘 먹으면서도 살이 안찌면 살이 안찌는 체질인 모양이라고 하고 넘길 수 있겠지만 서은이는 숟가락만 가져다 대면 무슨 원수가 졌는지 낼름낼름 밀어내기 바쁜 아이였으니까요. 아무래도 젖만 찾는 아이다 보니 그런 것 같아 젖먹이는 걸 줄이고 다른 음식들을 먹여보려고 노력해봤지만 음식에 대한 흥미도 적고 먹어보려는 호기심도 적어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서은이는 오늘 뭐 좀 먹었니?”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마에게 매일 물으시는 질문이었으니 이는 정말 가족 모두의 걱정거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잘 안 먹는 아이들도 어린이집에서 다른 잘 먹는 아이들과 있다가 보면 잘 먹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래도 서은이가 과연 엄마랑 떨어져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러던 중 엄마도 이제는 일을 해야 될 때가 되어 더 이상 서은이 어린이집 보내기를 미룰 수 없게 되어버린 지난 주, 드디어 서은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또 한 번 서은이한테 놀랄 수밖에 없게 되었지요. 엄마밖에 모르던 서은이가, 그렇게 엄마만 찾아대던 우리 서은이가, 어린이집에서 그렇게 잘 놀고, 엄마 없는 시간에는 아빠랑 할머니랑도 그렇게 신나게 잘 논다는 것이지요. 벌써 이렇게 자란걸 아마 엄마인 저만 모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엄마가 없으면 밥도 안 먹고 울기만 할 줄 알았더니 어린이집 선생님 말에 따르면 서은이는 밥을 잘 안 먹는 아이가 아니라 점심도 두 번 먹고 남의 밥까지 뺏어먹으려 드는 너무 잘 먹는 아이랍니다. --; 서은이가 엄마가 없어도 잘 지낸다는 것에 살짝 서운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고마운 마음입니다. 사랑스런 우리 딸, 정말 큰 목소리로 자랑하고 싶습니다. “서은이는 이렇게 훌륭한 어린이가 되었어요~~~”라고 말이죠.

 

남가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