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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육아일기(남가현)

(12호) 꺼진 불도 다시보자. 출산 준비물 마련하기

왕초보 송사리 엄마의 어설픈 육아일기

- 2. 꺼진 불도 다시보자. 출산 준비물 마련하기

남가현 (대덕구 당원)


라면을 먹고 잔 것도 아닌데 아침이면 몸이 퉁퉁 붓고 그 붓기가 하루 종일 빠지지 않아서 주먹이 제대로 쥐어지지가 않는 날들입니다. 송사리가 태어날 날이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몸이 붓는 것은 직립 보행의 결과물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시는데, 어째서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도 이놈의 붓기는 가라앉지 않는 것인지... 아무튼 송사리 엄마는 오늘도 ‘불꽃슛 연습을 한 피구왕 통키 손’ 모양으루다가 웃기는 손 모양을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간 송사리 키우기 말고는 별로 할 일이 많지 않았던 송사리 엄마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출산 준비물을 마련하고 있었더랬었습니다. 꼼꼼히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주위 선배 엄마들에게 조언을 얻어가며 어떤 물건이 꼭 필요한지, 아닌지 혹은 어떤 물건이 더 좋은지 정리를 해 왔었지요.

 

초보 엄마는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떤 물건이 좋은 물건인지, 나쁜 물건인지 고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조언을 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쓴다는 제품을 쓰는 게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대로 따라서 쓰게 되는 게 일반적이지요. 그래서 송사리 엄마도 언니는 애가 둘이나 되고, 그동안 물건들도 많이 써봤으니 언니가 쓰는 제품들을 그대로 따라서 사리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목욕용제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죠.

 

언니가 큰 조카를 낳고나서부터 사용하던 아기 목욕용제가 있었습니다. 언니의 표현에 따르면 엄마들에게 몇 년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온천 성분의 일본 목욕용제라는 것이었지요. 아기 피부에도 좋고 씻기기도 편리하고 여러모로 좋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다만 요즘 엔화 가치가 치솟아 가격이 좀 비싸졌다는 설명도 있었지요.. 좀 비싸도 좋은 거라는데.. 저도 우리 송사리 목욕제는 그걸 쓰리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일본사는 친구 하나가 곧 한국에 들어 올 거라기에 저는 재빨리 그 목욕제를 사오라고 시켰습니다. 아무래도 현지에서 사는 편이 조금은 더 쌀테니까 말이죠. 목욕제가 쉽게 상하는 것도 아니고 많이 사오라고 시켜서 쟁여놓고 쓰리라 마음먹고 있던 참에 연락이 왔습니다. 그 제품이 일본 제품이 아니라더군요. 헉. --; 분명 물건에는 굉장히 불친절하게 한글 몇 마디 안 써 있고 다 일본어로 써 있는데 일본제품이 아니라니.. 그런데 그 제품은 일본에서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인터넷 찾아봐도 하나도 검색이 안 되고 하물며 그 제품을 만든 회사도 검색이 안 된다는 거였죠. 판매원에 전화를 해봤더니 일본회사에서 한국 판매용으로 만든 제품이라고 설명을 하는데 그 물건을 만든 일본 회사라는 회사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 언니를 비롯한 많은 엄마들이 유령 회사의 제품을 쓰고 있었던 거죠.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 전국을 들썩이게 한 석면 베이비파우더, 의약품 사건이 있었지요. 저도 보건소에서 철분제를 받아왔었는데 보건소에서 배포한 철분제에 석면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어찌나 찝찝했던지. 그래도 철분 먹는 걸 맨날 잊어버려서 많이 먹지는 않았던 게 다행일까요.

입고, 먹고, 씻고, 자는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어떻게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요. 정말이지 이 세상이 아이를 키우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는 걸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안전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까지 송사리 엄마는 꼼꼼하게 물건들을 살펴 무서운 세상으로부터 송사리를 지켜줄겁니다. 오늘도 송사리 엄마는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심정으로 눈 빠져라 안전한 출산용품을 검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