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썸네일형 리스트형 (10호)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존 라이언 지음, 이상훈 옮김) 남가현 (대덕구 당원) 우리 지역은 그리 심한 상태가 아니라지만 물 때문에 나라가 난리다. 본래 이 나라의 겨울이 매우 가문 시기이기는 하나 올 해 겨울 가뭄은 유난한 듯하다. 다목적댐들의 저수량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고 하고 심한 지역은 저수지의 바닥이 드러나 쩍쩍 갈라진 흉물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몇 주 이상씩 제한 급수를 하는 것도 모자라 그 시간도 짧아져 태백시 등지의 강원 남부 주민들은 일상생활의 불편함 정도를 넘어선 생활苦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추진할 정도라니 이게 도대체 웬일이란 말인가.. 누구는 바닷물의 수온이 이상하게 상승해서 그렇다고도 하고 또 누구는 시베리아 기단이 예.. 더보기 (10호) 연꽃 근처 - 이정섭 연꽃 근처 이정섭 그 밤이었을 거예요 언제나 왼편 어디쯤 서성이는 우리는 연등 하나 밝힐 수 없었는데요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무슨 말인가 목쉰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눈물만 요란했는데요 초파일은 지난 지 오래 가난한 길손 대신 손등을 드는 밤, 추녀에 매달린 왼쪽 날개가 상하고서는 못 속에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없었겠지요 흙먼지 휘감듯 멱살을 잡는 산길의 반란으로 의지할 먼 불빛도 없이 돌아온 장터, 막차는 벌써 우리를 등졌던데요 그 날처럼 내리는 비를 맞으며 술 취한 아버지는 비틀거리고요 바람의 화법을 채 익히지 못한 비구는 늙어 헛바퀴만 밟아대고요 팔십년엔가 지어졌다는 다리 밑에서 부쩍 해쓱해진, 연꽃 그 참담한 경계, 이백 미터를 넘어가면 다리도 끊기는데 석회더미를 뒤집어 쓴 그 날 밤처럼 연꽃은 알.. 더보기 (9호) 너희를 죽이고 가마. - 송경동 너희를 죽이고 가마. 용산 참사 열사들을 생각하며 송경동 나는 네 번 죽었다. 첫 죽음은 이 자본주의 사회의 가난하고 평범한 이로 태어난 죄였다. 차별과 기회 불균등 속에서 어린 동심을 죽이고 소년, 소녀의 꿈을 죽이고 청년의 가슴을 죽였다. 살아야겠기에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며 이상과 이성과 용기와 사랑과 연대의 마음을 내 스스로 죽여야했다. 두 번째 죽음은 철거였다. 당신은 이 세상의 새들어 사는 '하찮은 이'였다는 통보. 이 세계에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이방인, 외지인 딱지. 하늘과 땅 사이 깃들 수 없는 부평초 인생. 쓰라린 가슴이 동굴 속처럼 텅 비었다. 세 번째 죽음은 화염이었다. 뿌리 뽑힌 주소지를 들고 망루에 오르자 너희들은 하늘로 가서 살라고 이 땅에서 얻는 몸마저 뺏어 훨훨 날아.. 더보기 (8호)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2008 촛불의 기록 남가현(대덕구 당원) 새해가 밝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각국에서 쏟아놓는 경기부양책에도 끝을 보이지 않고 있고, 세계인의 반대와 각국의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멈추고 있지 않다. 국회 점거를 풀었다고는 해도 여야간의 갈등은 여전하고, 우리의 삶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우울한 나날이다. 본래 이번호를 위해 얼마 전 저자의 동의없이 수정이 가능하다고 판결이 난 그 유명한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한 번 읽어보자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러던 중 인터넷 경제논객이라 불리던 미네르바가 검거, 구속되었다. 한 인터넷 경제논객의 글 때문에 20억달러의 외환보유고가 감소하게 되었다는데 뭐...... 더보기 (7호) 고우영 <삼국지> 고우영 심의보 (중구당원) 삼국지를 필두로 수호지 열국지 십팔사략 일지매 임꺽정 조선야사실록 등등 많은 고전시리즈의 작가로 굳이 만화를 즐겨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름석자 정도는 들어봤음직한 우리 만화계의 보물같은 존재다. 고우영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로움'과 '발칙한 상상력'에 있다. 삼국지 완역본을 읽다보면 한 2-3권쯤 가면 슬슬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들이 꼬이고 머리엔 뿌연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이쯤되면 책은 더이상 책이 아니라 그저 한알의 수면제 일 뿐이다. 고전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범접키 어려운 뻑뻑함을 고우영은 그만의 자유로움과 특유의 명랑발칙함으로 알갱이가 톡톡 씹히는 상큼한 한잔의 레모네이드로 바꿔준다. 고전이라면 "아...뭐여.."하는 청소년부터 일상에 지친 어른들까지 두루두루 .. 더보기 (7호) 만추 - 김광선 만추 김광선 이십 년을 넘게 산 아내가 빈 지갑을 펴 보이며 나 만 원만 주면 안 되냐고 한다 낡은 금고 얼른 열어 파란 지폐 한 장 선뜻 내주고 일일장부에 “꽃값 만 원”이라고 적었더니 꽃은 무슨 꽃, 아내의 귀밑에 감물이 든다. * 김광선 전남 고흥 출생. 2003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겨울삽화』. 더보기 (6호)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자유새 (전주 당우) 책장을 둘러봐도 변변한 소설책 하나 없고, 사 모은 책들이라고는 꽂아놓고 읽지도 않는 사회과학서적 뿐이다. 나만 그러랴? 책 리뷰 하나 해달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결국 9개월의 임신부에게 글을 맡긴 내 지인들. 유물론자들은 마치 소설책은 읽지 않는다는 철학이라도 가진 듯, 새까맣고 새빨갛게 보기만 해도 위용을 자랑하는 맑스 원전과 주황색깔 자본론 등을 마음만 꽂아 놓고 몇 년 째 만져나들 보았으려나. 몇 권의 책을 뒤적이다가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면장선거’에 대해 쓸까? 아냐. ‘선거’라는 제도를 희화화하며 추악한 실체를 드러낸 것은 나름 유쾌하지만 결국 현실 수용적이고 패배적이야.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에 대해 긍정적.. 더보기 (6호) 원근법 배우는 시간 - 송진권 원근법 배우는 시간 송진권 나무들이 소실점 끝으로 사라지고 있네 구름들이 빠르게 그곳으로 빨려 들고 있네 당신 눈이 만들어낸 속임수를 조심하세요 여기는 불의 땅 여기는 넝쿨식물의 나라 외곬수인 곰들의 말을 믿지 마세요 사탕발림하는 여우의 말도 믿지 마세요 당신 눈과 귀를 의심하세요 안 그러면 여기에서 깨끗이 지워지거나 천길 나락 낭떠러지로 떨어질 거예요 지나온 집들마다 당신 할머니와 어머니가 살아요 호박빛 들창에 불을 밝히고 식은 국을 다시 데우며 당신이 돌아오길 기다릴 거예요 어서 당신 집으로 돌아가세요 당신이 비롯된 곳 모든 것이 비롯되는 처음으로 나는 아무리 꼬리를 저어도 물속에 들지 못하는 물고기 그가 지우개로 지울까 어쩔까 고민하는 물고기 구름들이 뭉게뭉게 그곳에서 피어나고 있네 나무들이 무릎을.. 더보기 (5호) 과학전쟁 - 정치는 과학을 어떻게 유린하는가 과학전쟁 - 정치는 과학을 어떻게 유린하는가- (크리스무니 지음, 심재관 옮김) 김태훈 현실과 무관한 예술은 없다. 현실에 영향력을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예술이 아니다. 모두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도덕은 없다. 모두에게 좋다면 도덕적 이상이지 현실도덕은 아니다. 절대적인 도덕적 원리를 최우선에 내세우는 목사님이나 윤리교사가 할 일이지 현실을 변화시켜야 할 정당에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듯 순수를 부정하는 나에게까지도 과학의 이미지는 절대적 진리기준 그 자체이다. 그런데 이는 과학이 진리어서가 아니라, 진리의 이름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근대이후 과학의 이름이 신의 뜻 대신 ‘진리’의 자리를 차지했고, 새롭게 권력을 쥔 자본가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자식들의 구미에 적합한 진리를 생산한다. 보수진.. 더보기 (5호) 곰달래길 사람들 - 이지혜 곰달래길 사람들 이 지 혜 퇴근길 막아서는 예산댁 실내포장마차 네 개뿐인 자리엔 오늘도 철물점 제욱 씨 자리만 남아 있다 돼지 기름띠가 조청처럼 흐르는 달력 위에서 오래된 시계추가 끈적끈적하게 오가고 취한 입담이 석쇠를 달궈 탄내나는 생들을 익힌다 네 번째 마누라 가출담을 자랑처럼 마시는 복덕방 김사장 노총각 은지 삼촌은 끝내 못마땅하다 술잔을 뿌리며 한판 붙자는 김사장 소매 끝에 술 동냥 다니는 순자할매가 매달린다 왕년에 소리기생이었던 할매 노래 솜씨에 싸움은 금세 멈추고 한잔 얻어 마신 곡조에 맞춰 휠체어 끄는 소리, 턱을 없앤 문턱을 켠다 그 시간 앞집 철물점 문 닫을 시간 빈 나뭇가지에 걸린 바람소리 심란할 시간 꿈속에서도 달리는 제욱 씨 술잔으로 구멍 난 벽을 타고 달빛이 잠긴다 장군할배 파지가..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