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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호) SSM이 우리 동네 슈퍼를 잡아먹어요

SSM이 우리 동네 슈퍼를 잡아먹어요

  김윤기 (시당 사무처장)


요즘 우리 동네의 풍경을 바꾸어 놓는 괴물이 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 없다 새로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이 괴물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초대형 유통자본과 결합하여 골목골목마다 밀고 들어와, 우리 동네 슈퍼마켓들을 잡아먹고 있다. 안그래도 죽지 못해 살아간다는 이 참혹한 불경기에 동네 아이들 코 묻은 돈까지 걷어가려는 욕심 사나운 놈이다. 그 이름도 거창하여 ‘super'가 2번이 붙은 슈퍼슈퍼마켓(초대형 슈퍼마켓, SSM)이 바로 그놈이다.

 

슈퍼슈퍼마켓은 대형할인마트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딱 맞는다. 넓이는 1,000㎡(300평) 이상에 40대 이상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반경 1㎞이내의 1,000세대 가량을 영업범위로 하고 있으니, 대전시내에 도대체 몇 개나 더 들어날지 모를 일이다. 식료품을 비롯하여 잡다한 생필품 등을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갖추고 있다. 홈플러스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롯데쇼핑의 롯데슈퍼, 농협의 하나로마트, GS리테일 등 이미 대형할인마트로 재미로 본 거대자본들이 뒤에서 밀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의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형할인마트의 적정선은 대략 인구 14만명당 1개소 정도이다. 이 정도가 재래시장과 공존이 가능한 마지노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전만 하더라도 이미 17개 이상이 입점해 있으며, 인구 9만 2천명당 1개소에 달한다. 너 죽고 나만 살겠다는 심보다. 대전광역시도 그 심각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어서, 2012년까지 대형할인마트의 진출을 자제할 것을 업체들에 요구해 놓긴 하였다.

수익금의 역외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다. 2006년 기준 대형유통업체들이 대전에서 챙긴 1조5천억원의 수익금 중 약 1조2천억원이 서울로 올라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대형유통업체들의 문제에 더해 동네 영세업자들마저 초토화하려는 슈퍼슈퍼마켓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의 자체 계획은 2012년까지 100개소 가량을 신설한다는 계획이고, 이 정도 규모로 밀고 들어오면 골목의 웬만한 슈퍼마켓들은 버텨낼 방법이 없다. 이미 1년에 50만개가 창업하고 40만개 폐업하는 상황이고 보면, 영세업자들이 발붙일 곳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번째 대형할인마트의 무분별한 진출을 규제하는 법과 조례 제정이 절실하다. 대구광역시의 경우 일반거주지역에 1,000㎡ 이상의 점포 입점을 제한하는 조례를 2007년에 제정하였. 국회에서는 자유선진당의 이상민 의원이 발의하여 ‘대규모 점포 사업활동 조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논의가 제기되기도 하였지만, 1년 가까이 진척이 없다.

이러한 법률에는 ‘신고제’로 되어 있는 것을 ‘허가제’로 전환하여야 하며, 인구 수와 지역에 따라 입점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영업 일수와 판매 제품 등을 제한하는 등 재래시장, 영세업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두어야 한다. 물론 이를 어겼을 경우 영업으로 만회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경제적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서는 대형할인마트 입점을 막아보려 했으나 사유재산권 침해와 재량권 남용 등으로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충남 논산시와 경남 창원시의 경우가 반복될 것이다.

 

끝으로 당 차원에서 중소영세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종합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라도 당원협의회 단위별로 작은 실천들을 모색해보자. ‘오늘은 대형할인마트, 슈퍼슈퍼마켓 안가는 날’ 혹은 ‘우리 동네 슈퍼 이용하는 날’로 정하여 골목골목마다 작은 현수막을 걸어두는 것도 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몇 번 하다보면 슈퍼마켓 아저씨들과 협력하여 할 수 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또, 지나가는 길에 대형할인마트의 불법 영업행위를 사진으로 찍고, 메모해 두었다가 관계기관에 고발하는 것도 해 볼 수 있다. 정문, 에스컬레이터 앞, 공적인 사유지의 영업 행위, 주차장의 창고 사용 등은 모두 모두 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