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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호) 사회가 저지른 살인


사회가 저지른 살인


한 택배노동자가 자신의 목숨으로 대한통운의 악질적인 노동탄압에 맞섰습니다. 화물운송단가를 개당 920원에서 950원으로 30원 인상해달라는 택배노동자들의 요구를 집단해고로 답한 대한통운의 악랄한 행위에 대해 선택한 마지막 투쟁이었습니다. 대한통운은 78명의 택배노동자를 집단해고 하면서 운송단가를 40원 인하했습니다.

국내 물량이 경기침체에도 불구 전년 대비 약 10%의 성장으로 이뤘고, 늘어난 매출은 2조 4천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시장참여와 경쟁심화로 택배 평균단가가 90원정도 줄어든 2천 510원이 되었고, 이 부담은 모두 택배노동자가 짊어져 이들의 노동조건과 삶은 더욱 열악해져갔습니다. 이에 화물연대 광주지부는 대한통운 광주지사와 단체협상을 통해 운송단가 30원 인상을 합의하여 택배노동자의 안정적은 노동생활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대한통운 이미 합의한 단체협상까지 파기하고, 일방적으로 운송단가를 40원 인하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화물연대를 협상상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조합원 개개인하고만 이야기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습니다. 기본노동권마저도 부정하는 대한통운의 악랄한 행위이고, 또 이것이 택배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아픔이기도 합니다.

화물노동자 중에서도 택배노동자는 노동조건과 처지가 가장 열악합니다. 말이 좋아 위수탁계약이지 노예계약과 마찬가지입니다. 새벽밥 먹고 오전 7시까지 출근하여 계약에도 없는 화물분류를 하고, 밤 늦게까지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사업자라는 허울 때문에 항의는 곧 계약해지가 됩니다. 심지어는 각자의 차량에 대한 회사 마크 도색도 본인 부담으로 해야합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월 평균 노동시간이 12.3시간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의 임금은 시급으로 3,658원으로 계산됩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상태에 있으며 철저히 회사에 종속되어 노예나 다름없는 고된 노동에 시달리지만 반노동자적인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로도, 노동조합도 인정하고 있지 않아 택배 노동자들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통운이 운송단가 30원 인상에 대한 합의를 파기하자 회사가 어렵다는 말을 믿고, 화물연대 광주지부는 차량도색만이라도 부담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대한통운은 그 조차도 들어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광주의 화물연대 조합원 78명을 문자로 해고 통보했습니다. 그러면서 화물연대를 탈퇴하는 사람에 대해서면 재계약을 하겠다는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노동기본권조차 말살하겠다는 대한통운의 악질적이고, 부당한 노동자 탄압입니다.

고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은 집단해고된 3월 16일부터 파업투쟁을 선포하고, 해고된 조합원들과 투쟁을 전개해왔습니다. 과정에서 연일 수십명씩 연행이 되었고, 대한통운은 심지어 1인시위까지도 못하게 폭력적으로 대응해왔습니다. 또 대한통운이 대화를 일절 회피하여 파업투쟁은 장기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화물연대 광주지부는 대한통운 물류집결지인 대전으로 올라와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4월 23일, 고 박종태 열사를 비롯 조합원 2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투쟁은 점점 힘들어져가는 가운데 29일 고 박종태 열사는 “끝까지 싸워 반드시 이기자”라는 글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고 박종태 열사는 5월 3일에 읍내동 대한통운 대전지사 건너편 야산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채, 대한통운을 응시한 채로 고 박종태 열사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고 박종태 열사의 죽음은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의 노동기본권도 보장하지 않는 야만적인 사회가, 하루 12시간씩 고된 노동에 혹사되면서도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반노동자적인 이 사회가 그를 죽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다시 우리에게 이 사회의 반노동자적이고, 반민중적인 모습을 고발하고 투쟁하라고 이르고 있습니다.

고 박종태 열사의 죽음은 사회가 저지른 살인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고, 그에게 머리를 숙여야 합니다. 그리고 악질 기업인 대한통운과 모그룹은 금호그룹에 대해 우리 모두가 투쟁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