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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3호) 한국타이어의 진실은?

현직대통령의 사위가 운영하고, 아들이 일하는 기업

한국타이어의 진실은?


추악한 기업, 한국타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하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선언했지만, 사실 정확하게 그는 ‘business related'이다. 일단 재벌 총수들의 모임인 전경련의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대통령의 사돈이다. 그리고 효성그룹과 함께 대표적으로 거론할 수 있는 기업으로 한국타이어, LG벤처투자, 삼성화재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이 바로 한국타이어이다.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아들이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사위인 조현범 부사장은 최근 주가조작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가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에 대해 “검찰이 현 정권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한국타이어가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히 대통령의 사위기업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친아들인 이시형씨가 작년에 한국타이어에 입사했기 때문이다. 명실상부 최고 권력과 가장 가까운 기업이 된 것이다.

이렇듯 현 정권과 그것도 가장 보수적이고, 친재벌적인 이명박 정권과 가까운 한국타이어는 그에 걸맞게 철저하게 반노동적이다. 노동운동에 적대적이고, 심지어 대전MBC 시사플러스 인터뷰 과정에서 나왔던 발언에서 보이듯이 ‘노동자’라는 말을 혐오하는 기업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한국타이어의 관리자는 기자의 ‘노동자’라는 말에 대해서 상당히 불쾌해하며 ‘근로자’로 바꿔 줄 것을 요구했었다. 그런 한국타이어가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는 지는 뻔하다. 이윤을 위한 도구,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취급을 하여 일상적인 노동통제는 기본이고, 노동 환경으로 인한 병과 재해는 한국타이어에게 ‘용도폐기’ 이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집단 사망은 슬프지만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수십 명이 떼죽음을 당한 한국타이어 죽음의 행렬은 현재 진행형이다. 작년에도 4명이 사망을 했고, 올 해 들어 벌써 2명이 추가 사망하였다. 대부분 뇌종양 등 암으로 인한 사망이어서 꾸준히 유기용제에 의한 중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학계에서도 최근 카본 블랙 등 유기용제와 미세먼지에 의한 중독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논란이 분분하여 침묵 중이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고, 그에 대한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한국타이어는 아무 문제없다는 식의 반응이다.

이것 외에도 문제는 또 있다. 노동운동을 혐오하고, 노동자를 기업의 부속품으로 취급하는 통제 위주의 조직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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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그것이다.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이것이 음주, 흡연 등으로 이어지면서 노동자들의 건강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다.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을 각계각층에서 여러 차례 제기하고 있지만 한국타이어의 ‘쓰다 버리는’ 식의 사고방식에 막혀 진전이 없다. 여전히 한국타이어 내에서는 감시와 통제가 일반화되어 있고, 외부에 공장 내의 상황을 알리는 것을 ‘불순한’ 것으로 취급하는 비상식적인 노동통제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가 나서기 시작했다.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를 주축으로 하여 민주노총,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이 참여하는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원인규명과 산재은폐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앞으로 진상규명활동과 더불어 피해노동자 구제 지원활동과 재발 방지, 피해자대책마련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밖에서도 새는 바가지,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의 문제는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헝가리에 진출한 한국타이어는 현지에서도 같은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국내와 같은 방식으로 노조 설립을 인정하지 않고, 잔업시간 한도 위반, 장기 파견 노동자 불법 고용 등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헝가리의 화학공업노조가 교섭을 거부하는 한국타이어를 비판하고, 한국대사관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는 것이 알려지면서 “한국 기업은 군대식”이라는 보도로 파문이 일었을 정도이다. 급기야 2007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화학에너지광산일반노동조합연맹(ICEM) 총회에서 한국타이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ICEM은 한국타이어 헝가리법인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규탄을 담은 연대성명서를 채택했다. 개별기업에 대한 ICEM의 규탄 성명은 전무후무한 일로 한국타이어로 인해 한국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셈이다.

결국 한국타이어는 헝가리 노동법 위반으로 벌금 조치를 당한 후, 헝가리 공장의 운영에 대한 잘못을 시인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노동운동이 성숙하게 발달한 유럽이기 때문에 대전공장에 비하면 노동 통제의 강도가 약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급기야 국제 성명이 채택되는 등 큰 이슈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수십 명이 떼죽음을 당하고, 일상적인 감시와 노동통제가 일반화되어 있는데도 아무도 처벌되지 않는 현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추가역학조사, “이건 조사 한 것도, 안한 것도 아녀”

 

지난 4월 30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한국타이어에 대한 추가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추가 역학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문장의 첫머리마다 사측의 비협조로 인한 조사의 어려움에 대한 말이 항상 먼저 쓰여 있다. 조직문화에 대한 조사는 조사단이 자유롭게 노동자에게 접근하여 사실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편한 분위기가 제일 중요한데, 사측의 거부로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렇다면 “조사를 하지 못한 것이고,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라며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으면서도 결과보고서가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동대책위도 “사측의 비협조와 추가역학조사단의 의지부족이 만들어낸 사기극”이라며 강력히 성토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자유롭게 노동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사측에게 거부되자, 심층면접대상으로 사측이 추천한 현직 관리자와 노동자 , 두 명을 조사했다. 사측의 추천으로 면접에 응한 노동자가 사측에 불리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딱히 역학조사라는 것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조사 결과라는 것이 참 황당하다. 현직 노동자와 퇴직 노동자의 증언이 전혀 상반되게 나온 것이다. 이처럼 누가 보아도 잘못된 조사를 두고 결과라고 발표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대해 이 방면의 다른 전문가들은 ‘부끄럽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한다.

노상철 단국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이 조사에서 밝혀진 것은 한국타이어의 비협조, 단 한 가지”라고 꼬집었다.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사건이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한국타이어는 여전히 문제해결 의지 없이 조사에 대해 비협조로 일관하면서 문제를 덮는 데에만 급급하다. 1차 조사도 그러했고, 추가 조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렇게 은근슬쩍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마 최고 권력과 가까운 한국타이어의 위치 때문이라 추측하면 지나칠까.

 

진실 규명은 언제쯤..

 

진보신당 대전광역시당

대통령의 사위기업이면서 친아들이 근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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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한국타이어에 대해 그 잘못을 비판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로 보인다. 실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일부가 산재 판결을 받은 것 외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한국타이어의 노동통제의 더 기가 막히는 점은 노동조합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할 노동조합이 회사를 옹호하고, 외부 비판의 차단막 역할을 한다. 노동조합을 어용화한 한국타이어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어용노조를 앞세워 ‘노사합의’를 연출해 왔다. 이번 추가역학조사 때도 노동조합이 인천에 있는 한국산업보건연구원을 항의 방문하여 조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하니 이쯤하면 노동조합이라고 하기 힘든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시민사회가 적극 나서고 있지만, 쉽게 진실 규명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노조민주화를 원하는 노동자들이 있지만 사측의 강한 통제로 활동이 여의치 않다. 그렇지만 이대로 죽음의 공장인 한국타이어를 그냥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모든 역량을 모으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