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료/내가 권하는 책

(14호)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
<저자 문상현, 시공사, 2009>

이원표 (서구당원)

 

서른 살, 참 애매한 나이다. 삼십대의 초입에서 보통은 자기 인생의 경로가 정해져야 한다고 하지만 그러지 못해 비참한 사람들이 많다. 청년실업이라는 우울한 단어는 서른 살까지 이어져 암울한 미래의 예고편이기나 하듯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 곁에 있다.

그런 서른 살의 나이에 어디론가 훌쩍 떠난다는 게 쉬운 일일까. 스무 살의 배낭여행은 어른이 되는 과정으로, 경험과 안목을 높이는 용기로 치하 받지만, 서른 살의 출타는 ‘느닷없이’ 여겨지고, ‘중한 결심’의 무게로 받아들여진다. 나 역시 그랬다. 친구인 저자가 갑자기 영국으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 인생의 중대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는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여행은 익숙함을 떠나 호기심과 미지의 세계에 자기를 던지는 과정이다.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사람과 익숙한 반응들로 이루어진 삶을 잠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부딪히며 익숙하지 않은 자기를 만나는 것이 여행이다. 저자는 ‘우프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간 영국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일기를 적어 보였다.

‘우프 프로그램’은 유럽 각지에 있는 생태농장들을 돌아다니며 노동을 제공하고, 숙식을 해결하며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저자는 비행기삯 외에 딱 100만원을 가지고 6개월간 영국에서 살았다. 그러면서 농장의 호스트, 다른 우퍼, 그리고 농장 주변의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책에 담고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의 일반적인 삶과 많이 다른 소위 선진국이라는 그 곳의 느린 사람들의 이야기, 물론 그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도 그 곳의 일반 적인 모습은 아닐지도 모른다. 또, 한국에도 많은 사람들이 느린 삶을 택해 살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보다는 그런 삶이 더 쉽게 받아들여지고, 용인되는 듯 한 모습이 부러웠다.

함께 학생운동을 했고, 서로 감옥에서 편지를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겼던 친구를 그의 책으로 다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이상한 기분이 든다. 참, 그도 우리 당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