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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3호) 김윤기 시장후보 선거 후기

지방선거를 마치고

대전광역시장 후보 김윤기


힘들었다. 힘들었다.

끝나는 날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 선거였다면 좀 과장된 말이기는 하다. 당내·외적으로 그만큼 어려운 조건에서 치룬 선거였다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대전시당은 오로지 우리 당의 선거방침에 충실하고자 역량의 한계와 준비 부족에도 불구하고 대전시장 출마를 강행하였다. 애초 전·현직 시장의 리턴매치로 짜인 선거판은 ‘20년의 미래를 생각하며, 대전을 확 바꾸겠다’는 우리의 선언과 좋은 정책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MB연대’라는 시류를 거부한 대가는 ‘민주노총 지지 후보’ 취소라는 역설로 돌아왔고, 단 한차례의 토론회에도 참여할 수 없었던 언론 환경도 최악이었다.

여기에 중앙당을 비롯한 당 내부도 혼란의 연속이었다. 당은 1월 전국위원회에서 독자 대응을 기본 원칙으로 확인하고도, 3월에는 '5+4 협상‘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전술 없이 참여하고 합의서까지 작성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이 협상 결렬의 책임을 대부분 우리 당이 뒤집어쓰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한, 당시의 논의가 빌미가 되어 부산, 충남, 경기의 후보들이 각각 다른 이유와 방식으로 사퇴하였다. 투표 3일전,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의 사퇴는 이번 지방선거의 정점을 보여준 것이다.

대전시당에게는 이런 상황을 치고 나갈 힘이 없었다. 5~6명의 상근자로 시의원 선본의 행정적 지원까지 감당해야 했던 선대위는 정해진 일정과 주어진 상황을 처리하기에도 버거웠다. 우리의 정책과 비젼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욕심이었고, 오로지 당원들의 노력에 기댄 최소한의 계획으로 선거를 마무리하였다. 이런 과정을 돌이켜보면 선거 결과는 참으로 정직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모호한 선거방침과 특별하지 않은 특별결의안

우여곡절 끝에 지방선거를 마쳤지만, 우리 앞에 놓여진 과제는 지방선거 그 이상이다. 그 서막을 여는 전국위원회가 지난 19일 열렸다. 선거평가와 후속 처리에 관련한 여러 안건이 상정되었지만, ‘지방선거에서의 해당행위에 관한 특별결의문 채택의 건’에 단연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나는 지방선거 출마자로서 이 안건의 발의에 동의 서명하였다. 내가 이 안건에 동의한 것은 김석준 당원, 심상정 당원 등의 보수정당과의 단일화, 절차를 무시한 후보자의 사퇴 등에 대하여 선거방침을 결정한 전국위원회가 그 방침을 기준으로 자기 입장을 내놓는 것을 지방선거 평가의 출발점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선대위, 도당 운영위,

당 대표, 당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사퇴한 후보에 대해 징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너무나 상식적이다. 책임 있는 당부가 이 상식에 답함으로서 불필요한 논란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건반려마저 무산시킨 이번 전국위원회의 결정은 결국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독단적인 사퇴와 단일화에 대해 ‘할 말이 없거나, 문제가 없다’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나는 전국위원회가 이 특별결의문을 부결시킴으로서 그들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지방선거 평가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더욱 논란의 중심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 게시판에는 점점 더 가기 싫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들의 징계여부나 수위에 대한 당원들간 논쟁이 소모적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전국위원회의 무책임과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밀린 숙제를 시작하자

이미 결론이 나와 있는 문제에 체력을 소모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정을 지켜보면 될 일이다. 우리는 선거평가부터 제대로 하자. 우리의 방침은 무엇이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은 있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왜 중앙당은 지역별 편차를 묵인하거나 제어하지 못했는지, 다른 행동을 한 지역조직들은 무슨 생각으로 선거를 치렀는지 확인해야 한다. ‘민주노총 지지 후보’ 취소가 보여주는 것처럼 진보정당은 노동운동을 비롯한 대중운동과 어떤 원칙으로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하는지 묻고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른바 ‘반MB연대’에 대한 대응은 적절했는지도 짚어보아야 한다. 이외에도 많은 부분들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정당득표 3.14%와 25석 당선, 그 결과만으로 성과와 실패를 따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방선거 평가와 함께 지난 2년간 당 운영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되어야 한다. 그간 당의 모든 사업은 지방선거를 향해 있었고, 언론을 향해 있었다. 일회적 이벤트가 중심이었고, 중장기적인 계획은 전무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입당원에게 당을 소개하고 강령을 학습할 자료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회현안과 정치이슈 등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소개할 기관지도 아직 발행되지 못하고 있다. 당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정치기획 하나 토론되지도 못했다. 바로 여기가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다.

끝으로, 다시 당원조직 활성화다. 당원조직은 선거조직이기도 하지만, 대중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생활정치, 생활진보의 전진기지이다. 잘 울리지도 않는 부실한 마이크를 쥐고 있는 우리이기에 당원들의 메아리가 더욱 중요하다. 그럴싸한 것 찾으려 말고 의지있는 당원들부터 시작하자. 시작이 반이다. 일이 있는 곳에 당원이 모인다. 즐겁고 활기찬 사람들 사이에 더 많은 사람들이 꼬인다. 대중이 있는 곳에서 일을 만들자.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그렇게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