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선거씨
대전광역시의원 후보(유성3) 장주영
출마의사를 밝혔던 게 작년 10월 하순이니, 벌써 8개월 정도 되었군요. 그렇게도 끝날 것 같지 않던 6. 2 지방선거가 끝나고, 이렇게 후기를 쓰고 있습니다. 예비후보기간부터 본후보기간까지, 두 달 남짓한 시간이 그렇게 길었나 싶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보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무척이나 오래된 옛날 일처럼 기억됩니다.
이번 선거는 참으로 저에게나 진보신당에게나 불친절한 선거였습니다. 언제든 선거가 친절했던 적은 있을까 합니다만은, 철저하게 ‘현실의 벽’과 ‘실력 부족’을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끝나고 나서 깨달은 것이지만, 참으로 무모하고도 부족했음에도 저를 믿고, 도와주시고, 택해주신 많은 분들께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말한 이후, 왜 그리 무력하게 지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까운 3~4개월을 그냥 흘려 보낸거죠. 아무리 출마자 워크샵을 다니고, 선거 경험담을 듣고, 이전 선거 통계 자료를 보아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때 만약 제대로 된 후보자 교육 과정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출마를 얘기한 바로 그때, 지역에 계시는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도움을 청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직접 움직였어야 할 일을 시장 출마 여부 논의가 끝날 때까지 미뤄둔 거란 생각도 듭니다. 지금이야, 이제는 선거 출마 경험자니까 그때 부족했던 것들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처음 출마하는 제게 제대로 된 멘토링이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무력하게 보내진 않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 “젊은 사람이 벌써”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들은 말은 “진보신당이 어디? 노회찬은 누구?” 였군요. 하하) 저는 사실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네. 정말로 늦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지만, 이번 출마 전에 선거 운동을 단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누군가를 수행해본 경험이 있었다면, 직접 뛰어볼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어렵진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다음에 이어나갈 사람을 구해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선거에서 가장 아팠던 것은 당 차원의 선거 전략이 없었다는 것과 그날그날의 선거운동을 함께 되짚어 볼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 사무처에서 행정 지원과 물품 지원은 잘 해주었지만, 당 차원에서 분석하고, 논의하는 게 부족했던 게 참 아쉬웠습니다. 솔직히 시의원은 ‘1인 선본’이었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게 그거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날그날 선거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함께 리뷰할 사람’이 없었다는 게 가장 힘들고 외로웠습니다.
오히려 선거운동을 혼자 다니는 것은 그다지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습니다. 도와주실 분들을 구하는 것도, 연락하는 것도, 그날그날을 기록하는 것도, 기획하는 것도, 계획하는 것도 거의 혼자 해야만 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 날의 정리를 함께 얘기할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 그게 가장 아쉽습니다. ‘나 이렇게 힘들었어’ 라고 투정 부린다고 느끼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당원 여러분께서 도와주지 않으셨다고 탓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아직 능력이 모자라서 그랬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선본이 한 명 힘으로 유지되기에는 너무나 벅찼습니다. 나중에야 어느 정도 틀이 잡혀 유성 대의원 분들과 모여 하루를 정리하고 다음 계획을 함께 세우는 선본이 되었지만, 모든 것을 혼자 알아서 할 때는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지옥같았습니다. 이러다가 완주를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불쑥불쑥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사퇴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생각만큼은 들지 않더군요. =)
정말이지, 당협도 제대로 존재하지 않고, 경험도 전무한 상황에서 2,499표(10.96%)를 득표한 일은 기적과도 같습니다. 물론 제 마음 속에서는 ‘와, 이렇게나 많이!’와 ‘에이, 이것밖에’라는 생각이 계속 교차하긴 합니다. 열심히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표를 얻긴 했지만. 속된 말로 ‘날로 먹으려’고 든 것도 아니지만. 낙선이 분한 건 분한 겁니다. 다음 번에 당선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선된 사람들은 대체 어떤 방법을 택했는지, 평소에 지역 활동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이제 할 일은 제대로 선거 평가하고, 유성 당협을 제대로 만들고, 앞으로 당원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일 입니다. 그와 함께 제 거취도 고민해야 하구요. 한편으로는 앞으로 우리의 진로와 방향을 당 내에서 활발하게 논의할 기회도 마련해야 합니다.
10.96%로 낙선한 결과에 좌절하지도 않습니다. 2,499표라는 결과에 안주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이번 선거를 거치며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듣는 일’과 ‘경험의 공유’, 이 두 가지를 당원 여러분과 함께 해나가고 싶습니다. 당원 분들이 당을 두렵고 부끄러워하시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생하신 시당 사무처와 선본, 도와주신 당원님들께 감사의 인사 올리며 이만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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