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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호) 알쏭달쏭?! 사회적 기업 (2)

사회적 기업가 프로그램 수료 후기

알쏭달쏭?! 사회적 기업 (2)


장주영 (유성 당원)



지난 호에서 사회적 기업의 유래와 역사, 정의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으니, 이번 호에서는 그럼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경제라는 말을 접하게 되면 처음 드는 생각은 ‘그럼 지금 있는 기업과 경제는 반사회적인가?’하는 생각부터 들었으니 말이다. 물론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가 생겨난 취지는 공동체 내 경제활동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경제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본다. 요즘들어 사회적 기업을 자꾸 ‘착한’ 기업으로 소개하는 데에는 여전히 거부감이 들지만... 과연 이런 게 선악으로 구분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아직 의문이다.

어쨌든 꽤 오랜 고민을 거치고 나니,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은 대안 경제 체제를 만들어내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게 지금 생각이다. 구성원 서로서로가 모두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제 형태. 누구든 소외되지 않을 형태. 이러한 경제 체제가 과연 가능할 수 있을까?

저번 호에서도 얘기했지만, 최근 만들어지는 사회적 기업들은 정부가 제공해야 할 사회 서비스 분야를 민간 사업자에게 넘기는 형태를 띄고 있다. 기존에 따로 요금을 지불할 필요 없이 정부에서 제공받던 서비스에 요금을 지불하도록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선 단체에서 제공하던 봉사활동이 영리 형태로 바뀌기도 한다. 특히 기존에 한국 사회에서 존재하던 소소한 공동체 내에서 호의로 이루어지던 일들을 사회적 기업이 담당하게 되면서 그 일들까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크다.

이런 걱정들은 일단 뒤로 미뤄두고, 그렇다면 우리 손으로 직접 해볼 수 있는 사회적 경제는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밑바탕에 깔리는 생각은 ‘서로 나누는 것’이어야 할 거다. 어떻든 간에 현대 사회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재분배 형태 중 하나가 사회적 경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고,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단번에 법과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제대로 재분배가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작은 규모로나마 시행을 해보고, 시행착오와 보완을 거듭해서 노하우를 축적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회적 기업만 덜렁 만든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애초에 이윤을 남기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기업의 형태도 아니었고, 공동체가 형성된 후에 만들어진 게 사회적 기업이다. 지금 한국 사회가 공동체를 만들기에 너무 척박한 조건이니, 이를 극복할 방안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머리 아프게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우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사회적 기업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은 예전에 과외를 했던 경험으로부터다. 과외는 되도록 안 하고 있었지만, 생계를 유지하느라 잠시 한 적이 있다. 과외비가 한 달에 40만원 정도라고 할 때, 이 금액은 왠만한 한 가정이 모두 부담하기엔 꽤 큰 금액이다. 그렇지만, 내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렇게 일대일 방식이 아니라, 다대다 방식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 때는 아니고, 한참 뒤인 올해에야 비로소 들었다.

과외 뿐만 아니라, 예술 계열 레슨도 마찬가지다. 한 가정이 레슨비를 내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예술가는 레슨 한두 건 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전업 예술가로 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굳이 투잡을 뛰지 않아도 전업 예술가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활동보조인이나 간병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 분들은 몇 건을 동시에 맡아서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내가 가진 돈으로 이 사람들의 생계를 온전히 보장해 줄 수 없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여러 사람을 동시에 책임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여러 사람이 금전 문제를 같이 해결해서, 가르치는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충분히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으면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은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러한 맥락에서 지금 해보고 싶은 일은 문화협동조합이다. 예술가들과 비예술가들이 서로 도울 수 있고 스스로 창작자와 창작지원자가 되는 형태이다. 또 다른 해보고 싶은 것은 학원이 아닌 학습협동조합이다. 학교 성적을 위한 배움이 아니라, 앞으로 삶에 도움이 되는 배움이 이루어지는 곳이며, 학생뿐만 아니라 학생이 아닌 사람들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자신의 자존감을 살려주는 배움이 있는 곳.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모두 어우러져 소규모 지역 언론을 만들고 싶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작품을 실을 수 있는 지면을 제공하는 한편, 지역의 여론이 왜곡없이 소통될 수 있는 수단이 되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생산자와 소비자로서만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 뿐이지만.

난 사실 판소리도 다시 배우고 싶고, 가사와 가야금도 배우고 싶고, 고법도 더 배우고 싶고, 그림도 배우고 싶고, 연극 연출도 배우고 싶고, 사진도 배우고 싶고, 작곡과 기타 연주도 배우고 싶다. 그러나 내가 이런 일들을 가르치는 분들을 만나거나 찾아내기 힘들다. 또, 학원에 다니며 배우는 건 내게 너무 비싸서 힘들다. 만약, 나 같은 사람들이 모이고, 저런 일들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나고 배우는 일이 좀 더 쉬워질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쨌든 ‘우리’가 함께 만들고 해낼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경험들을 함께 나누고, 생활 속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면 좋겠다. 지금 이미 대전에서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 분들의 소중한 경험도 함께 나누고 많이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