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할 수 없는 주장
황수대 (중구당원)
불행인지 아님 다행인지 진보정당 통합 합의문에 대한 처리가 두 달 연기되었다. 솔직히 일을 하는 도중에 트위터를 통해 그 소식을 접하고는 적지 않게 실망했다. 내심 합의문이 부결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까닭도 있지만, 다시 두 달을 마음을 졸이며 기다려야 하는 상황 그 자체가 너무 싫었다.
물론 그와 같은 유보 결정이 통합파 또는 독자파에게 있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결정을 두 달 연기한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기간 동안 통합파와 독자파 간의 갈등과 반목만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대회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마음이 이전보다 많이 안정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체념에 가까운 심리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만큼 소위 명망가들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이 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들도 별 수 없다는. 가급적 통합을 주장하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고 애를 써봤지만 그 일이 결코 쉽지가 않다.
아무리 현실 정치의 벽이 높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특히 외부의 압력 운운하는 그들을 보면 가증스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패권 싸움에서 밀리자 이념이 다른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다며 탈당한 사람들이 다시 통합을 주장하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 난감하다.
어느 조직이든 파벌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또한 파벌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는 민주노동당의 주류인 자주파의 이념에 선뜻 동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와 같은 사람에게 민주노동당 중심의 통합은 애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다.
물론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통합파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정당은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조직이다. 아마도 많은 당원들이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도 나와 견해가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민주노동당을 두고 굳이 진보신당에 입당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런 점에서 진보신당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명망가들이 통합을 주장하는 데에는 다분히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원들의 거센 반발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와 같은 야합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외부의 압력을 핑계로 현실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강변한다. 이번 합의서에는 북한에 대한 문제 및 패권주의를 극복을 위한 방안을 충실히 담아냈다고. 그럼으로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리석은 건지, 아님 너무 순진한 건지. 이미 한 번의 쓰라린 경험만으로도 족하다. 같은 실수를 두 번씩이나 겪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다.
최근 민주노동당 대표의 행보를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과거가 어떠했든지 간에 지금의 생각이 같으면 누구든 개의치 않고 함께 하겠다는 말에서는 그저 말문이 막힌다. 하지만 정치적 이념이 다른 조직 간의 통합 및 연대가 어떤 불행한 결과를 불러왔는지는 이미 충분히 확인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향후 진보정당 통합 안이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현재의 진보신당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애석하게도 지금 우리 앞에는 두 개의 썩은 동아줄이 놓여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당원들로서는 깊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반쪽가리가 당이 되어 존속하거나 아님 해체수순을 밟거나. 그래서 지금의 이런 현실이 못내 슬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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