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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6호) 두려움없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자! <선창규>

두려움없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자!

선창규 (진보신당 대전시당 前 위원장)


민중들이 스스로 떨쳐나서고 있다. 20년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체제 아래에서 삶의 자리를 위협받는 이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새로운 요구로 조직되고 있다. 일자리를 위협받는 노동자들이 저항하고, 대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비롯하여 청소노동자, 조리종사원, 요양보호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투쟁에 나서고 있다. 도시재개발의 과정에서 졸지에 집과 사업장을 잃어버릴 위기에 놓인 빈민들이 함께 새로운 주거권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고액의 등록금을 내기 위해 빚을 내서 대학을 졸업해도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백수로 아르바이트로 전전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교육복지를 요구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요구하며 나서고 있다. 이러한 민중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정치세력들의 주판알 튕기기도 빨라질 것이다.

다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내년은 바로 정치세력들의 시험대이자 각축장이며 적어도 향후 5년의 한국 정치지형을 좌우하는 중요한 해이다. 그에 따라 대선을 1년 반 정도 남겨둔 지금 각 정치세력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지고 있다. 새 지도부를 꾸린 한나라당은 박근혜 중심 체제로 재편되며 ‘복지중심 친서민정책’을 내걸며 MB와의 차별화를 본격화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야권통합특위’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자당 중심의 야권 정계개편에 나선 민주당은 MB정권의 실정을 디딤돌로 하여 권력을 탈환하기 위해 전 방위적인 통합시도와 영입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하물며 이미 서산너머로 기울었어야 할 자유선진당 조차도 암중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진보정치세력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중대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여 지금 우리 진보신당호도 이러한 소용돌이에 놓이게 되었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우리의 과제로 삼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최선의 방도는 무엇일까? 우리 당을 포함한 진보정치세력이 민중의 호민관으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은 있는가? 있다면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지금 우리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나름의 답안지를 작성하여 왔다.

지난 3.27 당대회에서 결의한 [종합실천계획]의 전문의 3항을 보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원칙과 내용에 기반, 가치를 중심으로 진보정치 세력의 대통합을 목표로 한다. 이는 과거 진보정당 운동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자 진보정치의 혁신을 이루어 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진보정치 세력의 질적 양적 성장과 전환의 계기로 삼는다. 또한 새로운 진보정당은 신자유주의 양극화로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대안이 되어야 하고, 세력적 측면에서 ‘한나라당-민주당-진보정당’으로의 3정립구도 형성함을 통해 한국의 정치구도를 보수와 진보의 양대축으로의 재편을 지향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종합실천계획]의 4-2항에는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회동(연석회의)’를 시작으로 이후 원탁회의 등으로 참여 대상과 논의를 확대해 나가고, 대중적 참여운동이 결합해 나가야 한다.”라고 하고 있다. (당 홈피 공지사항 602번 을 다시 한 번 보시라.)

이 후 연석회의 논의과정을 거쳐 소위 ‘합의문’이 작성되고, 사회당을 제외한 12개 정당, 사회단체 대표의 서명과 각 조직의 동의 과정을 밟고 있으며, 우리 당은 ‘합의문’은 인정하지만 최종 승인은 8월말경 당대회로 미루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소위 ‘합의문’은 우리의 입장이 충분하진 않지만 상당부분 반영된 것임은 분명하다(당 홈피 새진추게시판의 연석회의 상황 43번을 잘 보시라)

나는 3.27 당대회의 결정 이전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당 역량강화를 통한 독자적 발전의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여 협동조합 등의 사회적 경제 영역에 기초한 풀뿌리대중사업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하며, 동네에서 활동하는 젊은 진보정치인을 양성하여 이를 기반으로 2014년 지방선거를 충실히 준비하자는 주장을 하였다. 하지만 3.27 당 대회는 당장 2012년 총,대선부터 진보정치의 역량을 모아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 대응하자는 기조를 확정하고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연석회의’를 승인하였다. 누가? 당 대의원들이... 하여 나도 입장을 바꾸었다. 그래서 소위 통합파가 되고, ‘진보의 합창’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당내의 문제의식과 논의 수준은 3.27 당대회 결의 시점에서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민노당이? 종북주의가? 과거의 패권주의가? 민주노총의 압력이? 도로민노당이? 도로민주노총당이? 진정 그것이 문제일까? 혹시 우리의 실력문제는 아닐까? 진보정치의 혁신을 주창하며 출범하여 3년여의 과정을 거친 우리는 얼마나 혁신되어 있나? 진보신당을 그동안 얼마나 진보시켜 왔나? 진보정치세력을 자임하는 누구라도 우리를 따라하도록 할 만큼 우리가 혁신하고 진보하여 왔다면, 그런 문제들은 우리의 실천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지금은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가 아닐까?

3대 세습과 인권문제 등 이미 파탄난 ‘민주기지론’에 기초한 종북주의는 이미 희화화의 대상일 뿐이다. 십수만의 당원을 가진 제대로 된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패권주의의 발호를 제어하고, 풀뿌리대중사업을 통하여 새로운 대안사회를 향한 초석을 다져갈 수 있다. 비정규기금을 광범위하게 조직하여 비정규, 영세, 미조직 노동자를 지역에서 조직하는 운동을 펼쳐서 민주노총을 바로 세워 제대로 된 민주노총당을 만들자. 인건비와 조직운영비가 아니라 대중사업에 당 재정의 상당부분이 쓰이는 혁신을 시도해 보자.

나는 ‘연석회의’ 틀 안에서 합의하여 새로운 당을 만들자는 3.27 당 대회의 결의는 사실상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향하여 돌이킬 수 없는 행군을 시작한 것이라 생각한다. 돌이킬 수 없다면 돌파하여야 한다. 내가 바뀌면 나와 연관된 모든 것이 변화한다. 우리 자신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동안 변화된 조건과 상황을 고려하여, 노동자 민중을 향하여 새로운 진보정당의 깃발을 힘차게 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