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명의 장애인당원이 모여 장애인위원회를 만들어보자는 결의를 모았습니다. 당시 장애인당원이 모두 5명이었는데, 장애인위원회가 출범하려면 당원수가 최소한 10명 이상은 되어야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모아 우선 당원확대사업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지금 대전시당의 장애인당원은 모두 16명입니다. 그리고 입당을 희망하고 있는 분들이 있어 10월내로 20명이 넘을 전망입니다. 이 힘을 모아 8월 12일 장애인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시당 내 다른 어떤 조직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장애인위원회의 이야기를 박흥기 장애인위원장에게 들어보았습니다.
진보신당에 입당하자마자 장애인위원회를 의욕적으로 키워오셨습니다. 입당을 하게 된 배경부터 말씀해주세요.
사실 진보정당에 크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뉴질랜드에서 살다가 한 7년전쯤에 신학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고 지금 대전신학대학교 석사과정에 있습니다. 목회과정은 마쳤고요. 그런데 한국은 저와 같은 중증장애인이 살아가기에 너무 힘듭니다. 그래서 공부만 마치면 다시 뉴질랜드로 가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많습니다. 그런 저에게 교수님이 다들 그렇게 해외로 가면 한국의 장애인 현실은 계속 제자리일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올 해 초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알게 되었습니다. 4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차별을 없애기 위해 활동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알게 된 분들과 함께 장애인대회를 준비했었습니다.
장애인대회를 준비하면서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원표 사무국장님이 진보신당 사무처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장애인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역시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3월 말쯤에 입당했던 것 같습니다.
반 년 만에 당원이 4배가 늘었어요. 과정을 설명해주시죠.
저보다 문경희, 박정선, 김동하 당원님의 활약이 더 큽니다. 문경희 당원은 저보다 더 일찍 입당을 했지만 여성장애인연대 부대표여서 별달리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성배 집행위원장도 우리 당원인데 최근 건강이 안 좋아 활동을 쉬고 있었고요. 제가 입당을 하자 문경희 당원님과 이원표 사무처장이 장애인위원회를 한 번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그 뒤로 문경희 당원님이 박정선 당원님을 입당시켰고, 제가 김동하 당원님을 입당시켰는데, 그 뒤로 이 세 분이 무섭게 사람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사실 중증장애인의 사회 참여 욕구는 대단합니다. 우리 사회가 그것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특히 장애인에게 정치라는 것은 그냥 투표소에 도장 찍는 것 말고는 별로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정책적인 요구를 하는 것을 넘어서 그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나서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겁니다. 중증장애인들이 자신들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것을 정치라는 아주 낯설지만 직접적인 통로를 통해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실현시키겠다는 욕구가 분출한 겁니다. 아마 오랜 기간 그런 욕구가 내재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몸을 장애라는 이유로 사회가 억눌러왔던 것이 한꺼번에 터진 거지요. 최근의 당원 증가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위원장 외에도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그리고 최근에는 드림장애인인권센터를 설립하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장애인운동에 이렇다 할 족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왕성하게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이유가 있나요?
중증장애인이 차별에 저항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도 한 번에 분출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진보신당을 만나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먹었을 때, 확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번에 설립한 드림장애인인권센터 소개를 해주세요.
상반기에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활동을 하면서 장애인 당사자가 정말 잘 안 나오는 구나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제껏 활동의 중심은 장애인부모연대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애인 당사자를 직접 만나고 조직하는 활동을 하지 않으면 정체된 장애인운동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위원장을 하면서 장애인당원 확보에 노력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장애인의 인권을 말하고 실천할 단체가 필요하다고 여겼고, 이참에 시작을 했습니다. 물론 도와주신 많은 분들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제가 대표로 있다 보니 사실 우리 장애인당원들은 모두 여기 회원입니다. 그리고 여기 회원이 되면서 당원이 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장애인위원장과 여기 대표를 겸하고 있는 한 이렇게 동반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웃음)
드림장애인인권센터는 앞으로 장애인 차별에 맞서는 가장 까칠한 단체가 될 것입니다. 심지어 인도 위의 불법주차 같은 소소하게 보이는 문제도 하나하나 다 건드릴 것입니다. 그 때문에 다치는 시각장애인이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버스정류장 불법주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상버스 탑승을 방해하고 있지요. 이렇게 소소하게 보이는 문제부터 자립생활이나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등 장애인의 기본권을 위한 정책 생산까지 다양한 일을 할 생각입니다. 그 외에도 장애인 당사자들이 편하게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는 일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지금 당장 휠체어 축구단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년에 창단을 하면 아마 많은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무리하게 설립을 진행하다보니 빚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파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고, 후원을 해주시겠다는 분도 많아서 당장은 살림이 좀 어렵지만 잘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당원 여러분도 많이 후원해 주실 것이라 생각하고요. (웃음)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꿈이나 미래계획 등등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전 신학생입니다. 지금도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역사신학을 전공하고 있지요. 여기 오기 전에는 당연히 목회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뭐, 지금 그 생각이 바뀐 건 아닌데, 아마 그 시기는 더 늦어지겠죠. 아니면 이렇게 활동을 하다가 방향이 바뀔 수도 있겠고요.
목회를 하던 뭘 하던 하나 꿈은 있습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아주 동등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정말 꿈같은 일이죠. 그런데 제가 살던 뉴질랜드는 거의 근접해있었습니다. 그곳에 살던 15년은 이 꿈이 그냥 꿈만은 아니라고 제게 말을 겁니다. 그것을 위해서 일단은 지금의 활동에 최선을 다해야겠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목회자가 되어서도 그 꿈만은 버리지 않고 실천해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진보신당의 당원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진보정당에 몸담고 있다면 차별에 대한 감수성은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나을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몰라서 놓치고 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부분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무의식중에 차별을 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장애인주차장에 차를 대시는 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인도 위에 올려놓은 차가 시각장애인에게 상처를 줄 거라고 생각하신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래서 노력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어렵겠지만 항상 생각하고, 또 그대로 실천하고. 그래야 진보신당의 당원다운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한 번 짧은 시간이라도 턱이 없는 곳으로만 다녀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점심 먹으러 갈 때, 턱이 없는 식당만 찾아서 들어가 보시고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되실 것입니다. 거기서 진보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전 믿습니다. 그렇게 여러분과 중증장애인인 제가 연대를 하고 함께 만드는 세상을 일궈나가는 것입니다.
비장애인이 갈 수 있는 길은 장애인이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길은 비장애인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입니다. 진보신당이 어떤 길을 만들어나갈지 굳이 묻지 않아도 되지요. 우리가 집권합시다. 그래서 세상을 바꿉시다.
'당원동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호) 도서관 아줌마, 이경남 당원 (0) | 2010.12.15 |
---|---|
(15호) 서민식 2010위원장 (0) | 2010.12.15 |
(14호) 김택찬, 조선기 당원 (0) | 2010.12.15 |
(13호) 소식지 창간 멤버, 황수대 당원을 만나다 (0) | 2010.12.15 |
(12호) 장종택 당원 (0) | 2010.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