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고

(3호) "나는 거부한다. 부당한 명령을"

“나는 거부한다. 부당한 명령을”
- 이길준을 위해

이원표(당원)



주말에 나와 같은 병역거부자의 소식을 들었다. 의경인데, 촛불 진압에 대하여 양심이 허락치 않아 특별휴가를 나왔다가 복귀거부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은 금요일에 기자회견을 한다고 들어서 토요일에 찾아가 보려고 했는데, 기자회견이 연기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경이 복잡하구나 생각하며 더 묻지 않았다. 그런데 일요일,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을 기자회견하기 30분 전에 들었다. 그래서 가보지는 못했다.
복무 중인 자가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이걸로 두 번째이다. 서서히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는 자이툰부대의 파병 때, 병역을 거부했던 강철민이 있었고, 이번이 두 번째이다. 둘 다 공동체를 위해 일정기간의 복무는 할 수 있지만 부당한 명령과 상황에 무비판적으로 따라갈 수 없다는 자신의 양심의 소리를 울리며 병역을 거부했다.
그것을 두고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지지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남자냐', '군대가 네 마음대로냐' 등등의 폭언과 함께 비난을 던진다. 물론 이성적으로 군대는 민주주의를 수호하지만 그 자체가 민주적일 수 없다는 이야기를 여러 근거를 들어 하는 사람도 있다.
나 같이 처음부터 군대와 전쟁에 반대한다며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에겐 폭언은 있지만, 대개가 '재들은 원래 그런 놈들'이라는 반응과 함께여서 대략 지나가는 식의 비난이다. 하지만 이길준과 같이 복무 중 거부의 경우는 '명령에 대한 거부'이기 때문에 훨씬 파장도 크고, 비난의 연속성도 길다. 그 자체가 명령과 규율로 움직이는 이 체제에 대한 가장 큰 도발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와 같은 놈은 아예 집단에 안 끼어주면 그만이지만, 이길준과 같은 이는 집단 안에서의 명령 거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장도 크고, 괴롭힘도 길다.
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군국주의자들과 독일의 나치 등이 전범으로 재판에 올려졌다. 전범들은 항의했다. 명령에 의한 것이었다고. 이들은 전쟁 중의 군대에서 명령에 거부할 수 있는 군인이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재판소는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것은 단지 전범 몇 명을 처벌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즉 이들에 대한 유죄는 '부당한 명령에 대해서는 거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도 여러 전쟁에 대해 전번을 처벌하고 있다. 그가 최고 지도자가 아니라면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촛불 진압을 부당하다며 항변하는 이길준의 명령거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전범들의 항변을 모두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일본 군국주의자들을 무죄라 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그들 대부분도 명령에 따른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