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제, 민주주의의 도깨비 방망이가 될 수 있을까?
장주영(진보신당 대전시당 당원사업국장)
지난 3월 지방재정법에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을 의무시행 하도록 하는 조항이 생겼다. 그 전까지는 광주광역시 북구가 2003년에 시작하여, 2004년에는 울산광역시 동구, 2005년에는 울산광역시 북구와 대전광역시 대덕구가 시행한 이래로 전국 100여개 기초자치구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었는데, 법 개정으로 올해 9월부터는 모든 지역이 주민참여예산제를 의무 시행하게 되었다.
주민참여예산제 시행에 어떻게 대응을 할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7월 27일부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주최하는 <활동가 예산교육>에 참여하기로 했다. 울산 동구와 천안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만들어 오신 분들로부터 강의를 듣고, 마지막에는 대전시 예산을 분석해보는 작업으로 이루어진 교육이었다.
우리 시당 오재진 당원님께서 오랜 기간 대덕구 참여예산위원으로 활동해 오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시당 안에서 그러한 경험들이 공유되는 기회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교육을 듣기 전 이런저런 내용들을 먼저 듣고 교육을 들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대강의 이미지만 가지고 교육을 듣게 되었다.
울산 동구에서는 울산시민연대 김태근 대외협력실장님께서 오셔서 강의를 하셨다. 주민참여예산제는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를 모델로 하고 있다. 여기서 관건은 주민들의 실질적 참여와 민주적 의사 반영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울산 동구는 지역회의, 시민위원회, 민관협의회, 연구회가 구성되어 있고, 시민위원회에 분과회의가 존재한다. 또한 시민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예산학교를 이수해야만 한다. 울산 동구의 주민참여예산제 시작은 시민연대로부터의 요구였기 때문에, 고민도 깊었고, 준비한 기간도 길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참여예산제로 다룰 수 있는 예산이 구 예산의 15% 정도이기 때문에 구 전체의 살림살이를 파악하기 힘들고, 작은 규모의 예산으로 해결할 수 있는 민원성 사업들이 주로 주민참여예산제에서 이루어진다는 문제다. 한정된 예산 범위를 늘리는 기획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행정기관과 함께 권력을 나눠가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민주주의적 관점 확대도 필요한 일이다.
천안에서는 지역복지예산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참여예산복지네트워크 사례에 대해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 이상희 간사께서 오셔서 강의해주셨다. 기억에 남는 것은 예산을 분석하기에 앞서 그에 필요한 분석틀을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세입세출 항목에 머물지 않고, 예산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작업들이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는 대상 영역별로 예산을 분석하였으나, 200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권리에 기반하여 예산을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예산 분석은 당해연도와 전년도 예산을 늘 함께 분석해야 하므로, 분석틀이 바뀌면 그에 맞춰 예산 항목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걸 모두 엑셀로 수작업을 하셨다고 하는데 사회복지 예산만 해도 며칠이 걸리셨다니 어마어마한 일이다.
박정현 대전 시의원의 대전시 예산 소개 이후 대전 한남대의 원구환 행정학과 교수님은 지방재정의 이해에 대해 강의를 해주셨다. 중기지방재정계획 등등 지방재정이 결정되는 복잡한 과정들과 지방재정자립도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으나 내용이 너무나 방대하여 8월 17일에 추가 강의를 해주시기로 했다. (그러나 이 날 시당의 다른 일정으로 인해 추가 강의는 듣지 못했습니다.)
강의 마지막 날로 예정되었던 8월 3일에는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전시 예산 분석을 하기로 하였다. 그 시간에 문화산업과 예산을 분석해보려 하였으나, 서너 시간으로 될 내용은 아니었다. 예산에 앞서 정책과 방향을 전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정치적 비전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세부 사업과 실제 예산 구성을 짜는 실무 능력이 고루 갖춰져야만 제대로 된 참여예산제를 만들고 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 이후, 유성구에서 시행하는 주민참여예산제 기구인 동 주민회의에 신청하여 선정되었다. 행정동마다 동 주민회의가 구성되는데 최대 100명까지 신청을 받는다고 했다. 내가 소속된 신성동 주민회의는 총 78명으로 구성되었고, 9월 2일 오후에 열린 주민회의에는 44명이 참석하였다. 이번 주민참여예산제에는 동별로 3천만원이 주민참여예산으로 배정되었고, 이 액수에 맞춰서 소규모주민숙원사업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총 7개 안건이 제출되어 제안자들이 안건 설명을 하고 전자투표를 하여 2개 사업이 선정되었다.
구청에 문의해보니 이번 동 주민회의는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한 일회성 회의로 계획되었다고 한다. 유성구 주민참여예산조례도 손봐야 할 부분이 많다. 유성구 뿐만 아니라 대전 전역에서 주민참여예산제가 시행되는 이상, 그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적인 공부와 연구, 정책 제안, 조례 개정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은 구청장이 배정해 준 예산 내에서 다른 동과의 유기적 공조가 힘든 구조이다. 주민참여예산제. 민주주의의 영역을 넓히는 도깨비 방망이가 될 지,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했다는 방패막이가 될 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구를 아우르는 정책 방향을 파악하고,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시당과 당원들이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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